“장인은 명검을 만들기 위해 30만 번이나 두들기는 과정을 반복한다.”
어느 야구인이 들려준 말이다. 많이 두들긴 철이 강해지듯이 많은 훈련량을 통해 선수는 성장한다는 의미다. 야구만이 아니라 어느 스포츠 지도자라도 연습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러나 김광수 두산 코치는 “연습보다 실전에서 배우는 게 더 크다”고 지적했다. 연습의 중요성을 부정하는 말일까? 그렇지가 않다.
“연습은 기본기를 몸에 익히는 과정이며 실전은 경험과 성공 체험을 통해 발전하는 무대가 된다. 예를 들면 수비에서 포구는 원핸드캐치, 투핸드캐치, 그리고 맨손으로 잡아 던질 때가 있다. 또 송구할 때도 원스텝으로 던지는 게 기본이지만 투스텝이나 노스텝으로 던져야 할 상황이 있는 것이고. 연습에서는 이 하나하나를 몸에 익히는 것이며 상황에 따라 이것을 순간적으로 응용하는 게 실전이다. 결국, 연습을 통해 발전하는 게 ‘3’이라면 실전은 ‘7’인 거다.”
선수는 연습보다 실전을 통해 더 성장한다고 해서 연습은 불필요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연습에서 얻은 3이 있고 실전의 7이 생긴다. 1, 2, 3을 건너뛰고 바로 4부터 시작할 수는 없다. 이것은 야구만이 아니라 사회도 마찬가지다. 회사에 갓 입사한 영업사원이 영업과 관련한 책을 읽고 사전준비를 했다고 해도 많은 실적을 올릴 수 없다. 사전지식에 현장의 경험이 쌓였을 때 유능한 영업사원이 된다. 그렇다고 해서 사전준비가 의미 없는 게 아니다. 그런 토대가 있기에 경험이 쌓일 수 있다.
또한, 연습은 단순작업을 반복하기 때문에 지겹다. 그 지겨움을 이겨내고 계속하느냐가 관건이다. 꾸준함이 없으면 하지 않은 것과 다를 바가 없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정확한 동작을 몸에 익히는 것이다. 포구 후 송구 동작을 익히는 펑고 훈련만 해도 그렇다. 선수들은 무조건 빨리하려고만 한다. 경쟁상대인 다른 선수보다 더 뛰어나다는 것을 나타내기 위해서. 그러나 전형도 두산 코치는 “기본은 ‘안전하게’다. 안전하게 천천히 하고 나서 안전하게 조금 빠르게, 안전하게 더 빠르게 하는 과정을 거쳐 빠른 동작을 몸에 익히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연습량이 많다고 선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나쁜 자세로 연습하면 오히려 독이 된다. 이것을 김광수 코치는 함박눈에 비유했다. “함박눈이 밤새 오면 아침에 엄청나게 쌓여 있을 것이다. 그걸 치우려면 아주 힘들다. 그러니까 훈련도 좋은 자세로 끈기 있게 해야 한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지도자와의 의견교환이다.”
남보다 더 훈련하지만 프로야구에서 성공은커녕 몇 년 되지 않아서 유니폼을 벗는 이들이 적지 않다. 땀은 배신하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왜 그런 것일까? 어느 구단의 코치는 거포 유망주로 주목을 받았지만 제대로 된 성적을 남기지 못하고 은퇴한 모 선수를 떠올렸다.
“배팅 훈련을 하는데 속구만 치더라고. 변화구에 약점이 있는데도 말이다. 그래서 상대 투수가 치기 좋은 속구를 던질 리는 거의 없으니까 변화구에 타이밍을 맞추는 훈련을 하라고 했지만 ‘소귀에 경 읽기’였다. 자기가 무엇이 부족한지, 그리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전혀 생각하지 않은 것이다. 또 그걸 가르쳐줘도 받아들이지도 않았다. 고교 코치를 하면서 왜 그때 그런 말을 했는지 알게 됐다고 말했지만 이미 버스는 떠난 뒤잖아.”
연습할 때도 목표가 있어야 한다. 자신의 부족함을 알고 그것을 채우기 위해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어떤 목표도 없이 연습만 하는 것은 ‘훈련을 위한 훈련’밖에 되지 않는다. 또한, 목표가 막연하거나 자신의 능력 밖을 추구해서도 안 된다. 발 빠른 교타자가 이대호와 같은 홈런타자가 되겠다고 열심히 땀을 흘린다고 해도 될 리가 없다. 그리고 주변에 귀를 열어두어야 한다.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인식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꾸준함이다. 어떤 의미에서 프로야구에서 성공한다는 것은 복권 당첨과 같다. 자신의 목표를 향해 흘린 땀방울 하나가 복권 한 장이다. 흘린 땀의 양만큼 복권에 당첨될 확률이 커진다. 사지 않은 복권에 당첨될 수 없듯이 연습 없이 성공에 이르는 길은 없다. 프로권투 전 헤비급 챔피언 조 프레이저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경기든 인생이든 여러 전략을 세울 수 있다. 하지만 막상 링에 오르면 자기 계획과 일치하는 것은 없다. 오직 누가 연습을 더 많이 했느냐에 따라 승자가 결정된다. 동트기 전에 묵묵히 로드워크를 뛴 선수와 잠자리에서 일어날 줄 모르는 선수의 승패는 이미 그때 결정된다.”
<야구라> 손윤 (http://yagoo.tistory.com/)
* 위 기사는 프로야구 매니저에서 제공한 것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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