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부터 전국 각지에서는 고교야구 주말리그 광역리그전 경기가 진행되고 있다. 프로야구 신인드래프트 일정을 감안하면, 이번 리그전은 고교 3학년 선수들에게 사실상 마지막 테스트 무대이기도 하다. 때문에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의 의욕은 어느 때보다 뜨겁고, 옥석을 가리려는 프로 스카우트들의 '매의 눈'도 전에 없이 날카롭다. 야구팬들이 이번 리그에서 특히 눈여겨봐야 할 주요 투수 5인을 추려봤다. 단 앞선 황금사자기에서 맹위를 떨친 변진수, 한현희, 이현동은 제외했다.
1. 부산고 이민호(우완)
부산고 에이스는 항상 고교야구 최고의 에이스였다. 신체조건과 구위만을 놓고 보면 이민호 역시 고교제일 에이스로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다. 키 184cm에 체중 88kg으로 투수로서는 축복받은 체격조건을 갖췄다. 2학년인 지난해부터 에이스로 활약하며 팀을 청룡기 4강과 미추홀기 우승으로 이끌었다. 올해 전기 주말리그에서도 4경기에서 27이닝을 던지며 3승에 탈삼진 21개, 방어율 '0'을 기록했다. 140km/h 중후반의 위력적인 빠른 볼과 낙차큰 브레이킹 볼, 체인지업을 구사한다. 특히 올해 들어서는 변화구를 낮게 제구하는데 중점을 두면서 탈삼진 능력이 한층 향상된 모습을 보였다.
다만 황금사자기에서의 투구내용은 아쉬움과 과제를 남겼다. 첫 등판인 포철공고전에서는 7이닝 비자책 1실점으로 완투승을 따냈지만, 경기고와의 16강전에서는 6실점으로 크게 부진했다. 구원으로 나선 8강전 야탑고와의 경기에서도 기대에 못 미치는 투구내용을 보였다. 이에 "매 경기와 이닝마다 기복이 심한 편이다", "승부욕이 다른 학교 에이스들에 비해 떨어진다"는 부정적인 평도 나왔다. 특유의 낙천적이고 순한 성격을 어떻게 마운드에서의 투지로 전환할 수 있을지가 이민호에게 주어진 과제다. 이번 주말리그에서는 지난 대회보다 더 성숙한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2. 포철공고 허건엽(우완)
고교 타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투수 중 하나다. 이유는 과감한, 무모하게까지 여겨지는 몸쪽 승부 때문. 한 선수는 "경기 내내 빠른 볼을 줄창 몸쪽으로만 던지더라"며 "여태까지 야구하면서 그런 투수는 처음 봤다"고 혀를 내둘렀다. 자신있는 몸쪽 승부는 탁월한 제구력이 뒷받침되기에 가능하다. 고교 투수들 가운데 제구력만 놓고 따지면 최상위 클래스에 속한다. 배터리를 이룬 포수 김영덕은 "공 10개를 요구하면 8개 이상이 요구한 코스대로 들어온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빠른 볼의 위력도 뛰어나다. 140km/h 초중반의 묵직한 직구를 경기 내내 자신감 있게 타자에게 뿌린다. 마운드에서의 투쟁심과 승부 근성도 전형적인 에이스 투수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평이다. 황금사자기 첫 경기 부산고전에서는 패전투수가 됐지만, 경기를 지켜본 한 관계자는 "허건엽이 정말로 좋은 투수"라며 감탄을 금치 않았다. 다만 팀내에 뒤를 받쳐주는 투수가 없어 혼자서 경기를 책임져야 한다는 것은 부담이다. 또한 본인은 "아직은 변화구 구사 능력이 부족하다"며 겸손을 보였다.
3. 울산공고 김지훈(우완)
만능 선수다. 투수로 나오지 않을 때는 4번타자 겸 유격수로 그라운드를 종횡무진 누빈다. 몸이 유연하고 어깨가 강해서 프로 유격수 뺨치는 멋진 장면을 자주 만들어낸다. 3유간 깊은 타구를 여유롭게 잡아서 강한 송구로 아웃으로 연결짓는 게 특기다. 마운드에서도 팀의 기둥이다. 전기리그에서 빠른 볼 구속은 최고 140km/h에 그쳤지만, 노련하고 여유있는 투구로 팀을 왕중왕전까지 이끌었다.
포철공고를 상대한 주말리그 후기 첫 등판에서는 지켜본 관계자 모두를 경악하게 만들었다. 스피드건에 최고 148km/h를 기록한 것. 그외에도 대부분의 직구가 140km/h 중반을 기록하는등 짧은 기간 동안 엄청난 구속이 빨라진 모습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김지훈은 "준비기간 동안 러닝을 많이 하고 체중을 늘린 것이 구속 향상에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빠르지 않은 구속으로도 전기리그에서 뛰어난 성적을 기록한 점을 감안하면, 후기리그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투수임에 분명하다.
4. 광주동성고 김원중(우완)
좋아하는 선수로 일본의 에이스 다르빗슈 유를 꼽는다. 실제로 곱상한 외모와 체형에서 풍기는 느낌이 다르빗슈와 매우 흡사하다. 2학년인 지난해는 스피드건에 147km/h를 여러차례 찍으면서 프로 스카우트들의 이목을 끌었다. 올해 주말리그를 앞두고는 고교 최고의 기대주 중 하나로 거론되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전기리그와 황금사자기 기간에는 부진했다. 특히 황금사자기 첫 경기에서는 빠른 볼이 130km/h 전후에 그치는 등 실망스러운 투구를 보였다. 원인은 팔꿈치 통증. 이에 상하체 밸런스가 무너지며 구속과 컨트롤이 동시에 흔들리는 모습이었다.
다행히 현재는 팔꿈치 통증에서는 벗어난 상태. 걱정되는 마음에 MRI를 촬영했지만 아무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룡기와 대통령배에서는 어느 정도 지난해의 모습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겉모습과 달리 투지와 정신력이 뛰어난 선수다. 중학교 1학년때 당한 골반 부상으로 "정상적인 생활조차 어려울 것"이라는 진단을 받았지만, "반드시 야구선수로 일어서겠다"는 일념으로 재기에 성공한 바 있다. 그만한 정신력이라면, 지금 겪고 있는 난관도 얼마든지 헤쳐나갈 수 있다.
5. 대구고 박종윤(좌완)
투수로서는 다소 체격이 작은 편(178cm/74kg)이다. 하지만 고교 최고 좌완투수로 꼽힌다. 몸이 매우 유연하고 운동능력이 뛰어나다. 또한 꾸준한 단련을 통해 형성한 탄탄한 하체도 스카우트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한 스카우트는 "키가 작다 뿐이지 운동선수로서 아주 좋은 몸을 지녔다"며 신장이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였다. 박종윤 본인도 "키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기보다는, 키 작은 선수도 투수로서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다.
외모에서 풍기는 이미지 그대로 투쟁심이 강하다. 하반기 리그 첫 경기 경남고전에서 완투승을 따내며 황금사자기에서 당한 패배를 설욕했다. 또 야구 IQ가 뛰어나고 선수로서의 자세와 정신력 면에서도 매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고교야구에 임찬규(휘문고-LG)가 있었다면, 올해는 박종윤이 같은 과에 해당되는 선수라는 평이다. 140km/h 중반의 빠른 볼에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을 다채롭게 구사한다. 컨트롤도 또래 투수들 중에서는 뛰어난 편이며, 2학년 때부터 주전으로 뛰면서 경험도 풍부하다.
<야구라> 배지헌 (http://yagoo.tistory.com/)
* 위 기사는 프로야구 매니저에서 제공한 것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야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