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자책점 3점대로 이 부문 1위에 오를 수 있을까. 그럴 가능성이 생기고 있다.
두산 니퍼트는 28일 현재 2.87로 평균자책점 선두에 올라있다. 뒤이어 글로버(SK·2.93) 윤석민(KIA·3.05) 로페즈(KIA·3.18) 차우찬(삼성·3.19)이 2~5위에 자리잡고 있다. 예년보다 경쟁자들이 빽빽하게 늘어서 있다. 그러나 기록은 전체적으로 나빠졌다.
최근 4년간 다승왕 레이스 상황과 비교하면 더욱 두드러진다. 같은 시점 2006년 다승 1위는 SK 채병용으로 2.37을 유지했다. 2007년 리오스는 1.54를 기록했고 2008년에는 다시 채병용이 2.41로 순위표 맨 위를 지켰다. 2009년 구톰슨이 기록했던 2.86이 톱랭커의 가장 높았던 평균자책점. 지난해에는 류현진이 1.86까지 떨어뜨렸다.
시즌 종료 후에도 1위의 주인만 바뀌었을 뿐 기록은 크게 변함이 없었다. 경기수가 많아질수록 평균자책점을 낮추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올시즌에도 평균자책점 1위의 기록이 현재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3점대 평균자책점왕이 탄생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자연스럽게 나온다.
역대 3점대 평균자책점왕은 딱 한번 있었다. 타고투저가 극심했던 2003년 현대 외국인 투수 쉐인 바워스가 3.01로 1위를 차지했다. 그 외 시즌은 모두 2점대 이하 기록으로 평균자책점 타이틀을 가져갔고 1점대가 12차례, 0점대도 3차례나 나왔다.
올시즌은 최근 3년에 비해 투고타저인 상황이어서 평균자책점 상위 랭커들의 부진이 더욱 의외다. 시즌 절반 가량 치른 현재 전체 평균자책점은 4.19로 지난해(4.58)와 2009년(4.80)보다 많이 낮다. 전체적으로 투수력이 좋아진 가운데 간판급 투수들의 동반 부진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지난해 평균자책 1위 류현진(한화)은 올해 초반 부진으로 3.73으로 치솟았고, 2009년 타이틀 홀더 김광현(23)도 5.14로 껑충 올랐다. 류현진은 차츰 나아지고 있지만 김광현은 지난 23일 KIA전서 8이닝 3피홈런 8실점의 최악의 피칭을 한 뒤 2군으로 떨어진 상태.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에나 1군 복귀가 예상돼 평균자책점을 크게 낮추기는 힘들어 보인다.
이병훈 KBS N 해설위원은 "올 시즌 각 팀 타자들의 주전 경쟁이 심화되면서 타자들이 스프링캠프부터 일찍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결국 시즌 초반부터 에이스들이 일찍 무너지는 현상이 심했다"고 분석했다.
본격적인 더위와 장마철의 시작으로 선발투수들의 컨디션 관리는 더 어려워 졌다. 체력이 떨어져 대량실점으로 평균자책점을 까먹을 위험도 크다. 6월 10일까지 선두를 달리던 두산 김선우가 16일 넥센전서 5이닝 9실점하며 평균자책점이 3.21로 나빠진 게 대표적인 예. 에이스들의 철저한 자기관리가 없으면 9년 만에 3점대 평균자책점왕이 탄생할지도 모른다.
이형석 기자 [ops5@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