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기록에는 과연 저작권이 존재할까. 일간스포츠는 18일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이에 관한 문의 했다.
한 관계자는 "메이저리그의 사례를 봐서도 협회가 기록에 대한 저작권을 소유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의견을 냈다. 이에 따르면 누구든 자체적으로 야구 기록을 정리해 영리 활동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또 다른 관계자는 "당연히 프로야구를 관장하는 KBO가 공식기록원이 작성한 기록 콘텐트에 대한 저작권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이상일 사무총장은 이와 관련, 이렇게 정리했다. "최종적으론 법원에서 판결할 문제다. 하지만 판례가 나오기 전까지 KBO는 기록에 대한 저작권을 주장하는 게 맞지 않을까." 요컨대, 기록 저작권 문제에 최근까지 명확한 입장이 없었다는 얘기다.
KBO 공식기록대행업체인 스포츠투아이는 최근 자사 문자중계에 대한 저작권을 주장하며 개인 야구팬이 운영하는 야구기록 사이트 운영에 제동을 걸었다. 스포츠투아이 관계자는 "개인 운영자들이 영리 활동을 한 사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영리 활동'이란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한 구단 기록원은 감독으로부터 "타 구단의 좌·우 투수 좌·우 타자별 타율 기록을 정리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이 기록원은 스포츠투아이에 기록 제공 비용을 문의했고, 구단은 "가격이 너무 높으니 구입 불가"라는 입장이다. 이 기록원이 감독이 원하는 기록을 직접 만들자면 업무시간의 상당 부분을 빼앗길 판이다. 그래서 그는 개인 기록 사이트 운영자에게 연락을 해야 했다.
스포츠투아이는 야구 기록을 제작하고 관리하기 위해 비용을 들인다. 자사의 권리와 노력을 보호하려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스포츠투아이의 저작권 주장으로 보호받는 이익과 개인 기록사이트의 존재로 야구 기록을 즐기는 팬이 늘어나 생기는 야구 전체의 이익 가운데 어느 쪽이 더 클까.
사실 스포츠투아이도 개인 기록 사이트의 공헌을 인정해왔다. 이 때문에 그동안 별다른 대응없이 운영을 묵인해왔다. 한국 최초의 스포츠기록 업체로서 야구 발전에 작지 않은 공헌을 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묘한 인터뷰 발언으로 '악덕 업체'라는 다소 억울한 비난을 받게 됐다.
미국 프로야구에선 참고할만한 사례가 있다. 메이저리그 홈페이지는 2007년부터 문자중계에서 투구궤적을 보여주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그리고 이 데이터를 HTML 형태로 일반에 공개하고 있다.
팬들은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양한 분석을 한다. 일부는 이 데이터를 어플리케이션으로 제작해 판매하기도 하지만 기록 제작사와 메이저리그는 이를 묵인하고 있다. 기록을 즐기는 팬이 늘어날수록 기록회사가 제작하는 콘텐트 가치는 높아진다는 판단에서다.
최민규 기자 [didofid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