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서울 하대성(26)이 폭탄 머리로 변신했다. 머리 양 옆을 시원하게 밀고 새 둥지처럼 윗부분만 남긴 하대성은 마치 프리스타일 랩을 금방이라도 쏟아낼 듯 한 기세다.
하대성을 변신시킨 이는 다름 아닌 팀 동료 아디(35). 사연은 이렇다. 하대성이 20일 미용실에서 새단장을 하고 의기양양하게 숙소로 돌아왔다. 그런데 아디가 보기엔 머리가 가지런하지 않고 비뚤었다. 평소 자신의 머리카락을 몇 시간 씩 공들여 직접 자를 만큼 헤어스타일엔 일가견이 있던 아디였다. 그래서 대뜸 "내가 다시 잘라주겠다"고 하대성에게 제안했다. 하대성도 흔쾌히 "예스"라고 답했다.
이내 라커룸에 간이 미용실이 차려졌고, 놓치기 아까운 이 광경을 보기 위해 동료들이 주변으로 속속 모여들었다. 하대성은 신문지를 뒤집어 쓴 채 아디에게 온전히 머리를 내맡겼다. 아디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하대성의 양 사이드 머리와 뒷부분을 시원하게 쳐냈다. '아디 표' 파격 스타일이 완성되자 데얀과 최태욱 등 주변 동료들은 환호했다. 배꼽을 잡고 쓰러질 정도로 웃던 이들은 곧 휴대폰을 꺼내들고 연신 사진을 찍어댔다. 하대성도 아디의 솜씨가 마음에 드는 지 동료들의 카메라 세례에 포즈를 취해줬다.
하대성이 아디에게 마음 놓고 머리스타일을 맡길 수 있었던 것은 평소 다양한 헤어를 선보이는 아디의 감각을 믿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이전에 아디에 대한 신뢰가 형성돼 있었던 덕분이다. 2006년 서울에 입단한 아디는 한국 생활만 6년 째. 한국음식도 잘 먹고 팀플레이를 중시하는 한국 스포츠 문화에도 익숙하다. 이런 아디를 동료들은 "아디 형"이라고 부르며 곧잘 따른다.
2연승·6경기 무패 행진을 달리고 있는 팀의 상승세도 선수들의 분위기에 영향을 줬다. 락커룸에서의 웃음 꽃이 다가오는 23일 광주와의 홈경기에서도 이어질까.
손애성 기자 [iveri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