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편의점업체는 최근 '야왕바'와 '야신바'라는 아이스크림을 출시했다. '야왕'은 한대화 한화 감독이 올해 얻은 별명. 거의 모든 스포츠언론에서 한 감독의 대명사로 쓰고 있을 정도로 인기있는 별명이다. '야신'은 물론 김성근 SK 감독을 가리킨다.
그런데 한 감독은 2일 대전구장에서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문의를 좀 해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분명히 자신의 별명을 딴 제품 같긴 한데, 해당 업체로부터 별명 사용에 대한 설명을 들은 적이 없다는 얘기다. 아직 한화 구단 측도 이에 대한 법률 자문을 받지 않았다.
이름이나 사진 등의 상업적 이용에 대한 배타적 권리는 '퍼블리시티권'으로 보호된다. 실정법에 명시된 규정은 없으나 최근 판례는 이를 행복추구권·인격권에서 파생된 권리이자, 재산권적 성격도 갖고 있다고 인정하는 추세다. 지난해 비슷한 판례가 있었다.
2010년 은퇴한 프로야구선수들은 한 온라인게임업체가 자신들의 영문이니셜을 게임에 사용하고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 업체는 현직 선수와는 퍼블리시티권 사용계약을 맺고 있었다. 그러나 은퇴 선수와는 별도의 계약이 없었고, 이 점이 문제가 되자 실명 대신 이니셜을 게임에 등장시키는 편법을 썼다.
당시 서울서부지방법원 제21민사부는 "게임 이용자에게 영문 이니셜은 특정 선수를 지칭하는 것으로 쉽게 인식된다"는 이유를 들어 선수 측의 손을 들어줬다. 이 판결을 확대 해석하면 한 감독은 '야왕'은 자신의 별명으로 널리 인식된다는 점을 들어 별명 사용에 대한 대가를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이때 법원은 이니셜 문자, 숫자, 부호 등에 대해서는 소명자료가 없는 등 이유를 들어 사용금지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즉 선수의 해당 시즌 기록 등이 퍼블리시티권에 해당하는지는 아직 법적 판단이 나오지 않았다.
기록이 아닌 '야왕'이라는 별명은 과연 한대화 감독이 배타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권리일까. 당분간 한 감독은 이에 대한 답을 법원에서 구할 생각은 없는 듯 하다. 한 감독은 "일단 7등에선 벗어나야 뭘 하고 말고 하지"라고 웃었다.
대전=최민규 기자 [didofid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