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형광 롯데 투수 코치는 1976년생이다. 올해 나이 서른 다섯. 구원투수 임경완은 그의 1년 선배다. 지금은 팀을 떠난 브라이언 코리보다는 세 살이 어리다.
3일 대전구장 한화전을 앞두고 주 코치는 전날 선발 투수 고원준(21)의 러닝을 지켜보고 있었다. 고원준은 등판에 앞서 양승호 롯데 감독과 '내기'를 했다. 양 감독은 고원준에게 "승리 투수가 되면 소원 하나를 들어주겠다. 대신 이기지 못하면 하루종일 운동을 하라"고 말했다. 고원준은 2일 6⅔이닝 7피안타 3실점으로 퀄리티스타트를 했지만 승리투수가 되지 못했다.
올시즌 최다인 볼넷 6개를 내주는 악전고투였다.후반기 두 차례 선발 등판에서 고원준의 평균자책점은 6.00. 전반기엔 3.69였다. 숫자보다는 자신있게 공을 '때리지' 못한다는 게 문제다. 주무기인 직구보다는 변화구로 도망가는 피칭을 하고 있다.
고원준은 힘든 전반기를 보냈다. 풀타임 첫 해에 선발과 마무리를 오갔다. 스프링캠프에서 구원투수 훈련을 한 고원준에게 4인 선발 로테이션은 쉽지 않은 일정이었다. 양 감독은 "시즌 초에는 마무리 후보를 찾아야 했다. 하지만 결국 지금의 불펜진(강영식·임경완·김사율)이 답이었다"고 말했다. 팀 사정상 고원준이 다른 선수보다 힘든 전반기를 보낸 건 사실이다.
그러나 후반기 부진은 여러 우려를 불러 일으킨다. 한 방송사 해설위원은 "고원준은 아직 21세 투수다. 요령을 익히기에 앞서 자기 공을 던져야 한다"고 말했다. 체력적으로 힘들긴 하지만 이겨내려는 노력을 보고 싶다는 얘기다. 고원준은 전반기 사실상 롯데의 에이스였다. 롯데는 연고지 팬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팀. 이런 팀의 '젊은 에이스'는 여러모로 신경쓸 일이 많다. 주형광 코치는 그런 경험이 있다.
주 코치는 1994년 롯데에 입단하자마자 11승을 따내며 '영 에이스'로 주목받았다. '최연소'라는 이름이 붙은 투수 기록도 여럿 갈아치웠다. 이듬해엔 한국시리즈 진출의 일등공신이 됐고, 23세던 1999년에도 플레이오프 최종전의 승리 투수였다.
주 코치는 "부산에서 야구를 잘하는 선수는 큰 관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프로선수는 성인이다. 팀 일정 밖의 시간은 자기 스스로 책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원준의 주위 환경은 이적 뒤 큰 변화가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 코치에게 "지금 고원준에게 필요한 건 휴식인가, 훈련인가"라고 물었다. 주 코치는 직접적인 답을 하진 않았다. 대신 이렇게 말했다. "내게 가장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전성기가 너무 이른 나이에 왔다는 겁니다." 주 코치는 데뷔 뒤 7년 동안 평균 180이닝 가까이 던지며 77승을 따냈다. 그러나 그 뒤 7시즌 동안 10승을 더하는 데 그쳤다. 주 코치는 "어렸을 땐 정말 아무 것도 몰랐죠. 인생을 어느정도 알만 한 나이에 전성기를 누렸다면 어땠을까요"라고 물었다. 그가 스물 한 살 고원준에게 바라는 건 '롱런'이다.
대전=최민규 기자 [didofid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