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문화
북한 국산 온라인게임 오토프로그램으로 외화벌이?
북한이 국내 인기 온라인게임에서 외화벌이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북한 해커들이 '리니지', '던전앤파이터', '메이플스토리' 등 온라인게임의 아이템을 불법으로 수집하는 오토프로그램을 만들어 국내 범죄조직에 공급, 댓가를 받아 북한 당국에 보낸 것.
북 해커에 오토프로그램 제작 의뢰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4일 북한 해커들과 짜고 국내 유명 온라인게임 서버를 해킹해 게임 아이템을 수집하는 불법 프로그램을 제작, 배포한 혐의로 정모(43)와 이모(40)씨 등 5명을 구속했다. 또 정모(37)씨에 대해 같은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며 김모(37)씨 등 9명은 불구속 입건하고 달아난 김모(38)씨 등 2명을 수배했다.
경찰에 따르면 정씨 등은 중국에 온라인게임 아이템 작업장을 차려놓고 2009년 6월부터 최근까지 헤이룽장성과 랴오닝성 지역으로 북한 컴퓨터 전문가 30여명을 불러들였다. 그리고 게임을 직접 하지 않고 자동으로 아이템을 모으는 이른바 '오토프로그램'을 제작, 중국과 한국의 온라인게임 '작업장'에 공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이들이 오토프로그램 사용료를 받거나 직접 운영하는 작업장에서 만든 아이템을 팔아 최소 64억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보고 이 가운데 6억여원을 환수했다.
북한 해커들은 게임서버 포트에 악성코드를 삽입, 서버와 이용자 컴퓨터 사이에 오가는 데이터인 '패킷 정보'의 암호화 체계를 무력화해 만든 오토프로그램을 정씨 등에게 넘겼다.
패킷 정보는 게임 실행과 결과 값 등을 담고 있는 게임업체의 핵심 영업비밀로, 해커들은 게임서버와 이 가운데 아이템이나 캐릭터의 레벨과 관련된 정보를 골라 오토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일부 해커, 노동당 통치자금 관리 39호실 소속
조선족인 이씨 등은 중국 현지에 있는 북한 무역업체인 '조선릉라도무역총회사', 내각 직속 산하기업 '조선콤퓨터쎈터(KCC)' 직원들과 협의해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 명의의 초청 의향서를 북한에 보내고 중국 주재 북한 영사관의 최종 확인까지 받아 북한 해커들을 영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 등은 북한 무역업체들과 협의해 오토프로그램을 만들 북한 전문가를 미리 정해놓고 정상적인 협력사업처럼 꾸미기 위해 초청 의향서를 보냈다.
이들 해커들은 김일성종합대학과 김책공업대학 등 명문대에서 컴퓨터를 배운 전문가들. 이들 가운데 일부는 조선릉라도무역총회사 소속으로 이 회사는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북한 노동당의 통치자금을 만들어 관리하는 '39호실'의 산하기관인 것으로 정보당국은 보고 있다.
이씨 등이 북한 해커와 공모하게 된 것은 잡힐 염려가 없기 때문. 정길환 국제범죄수사1대 팀장은 "오토프로그램을 구동하는 이른바 '작업장' 단속이 국내에서는 예전부터 이뤄져 왔다. 범행을 저지르면 거의 100% 검거될 것이기 때문에 북한 해커들과 짤 수밖에 없었을 것"라고 말했다.
매달 500달러 북 당국에 송금
북한 해커들은 숙소와 생활비를 지원받아 5개월 안팎 중국에 머무르면서 '리니지팀'과 '던파팀', '메이플팀' 등 이씨 등이 원하는 게임별로 5명 안팎의 팀을 꾸려 작업했다. 이씨 등은 컴퓨터를 수십 대씩 갖춰놓고 아이템을 생성해 내다파는 작업장에 오토프로그램을 공급하고서 매달 2만원 안팎의 사용료를 받았고 이 가운데 55%를 북한 해커들에게 떼줬다. 해커들은 번 돈 가운데 매달 500달러를 북한 당국에 보냈다.
정 팀장은 "지금까지 북한 당국으로 흘려들어간 전체 금액은 정확히 추산하기 힘들다"며 "다만 이런 식으로 외화벌이에 나서는 북한 컴퓨터 전문가들이 1만명은 된다고 하니 500만 달러 가량이 매월 북한으로 들어가는 셈"이라고 말했다.
권오용 기자 [band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