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격(0.353) 출루율(0.450) 1위(16일 현재)를 달리고 있는 KIA 이용규(26)는 신기의 커트 기술로 각광을 받고 있다. 타율이 높을 뿐만 아니라 웬만한 공은 죄다 커트하며 투수를 괴롭힌다. 헛스윙률이 2%도 채 되지 않는다. 이용규도 사람인 이상 치기 어려운 공은 분명히 있다. 그가 치기 어려운 공은 누구의 것일까. 그가 꼽는 최고의 '스터프'는 무엇일까.
이용규가 꼽은 3대 직구는?최근 들어 다양한 변화구를 던지는 '팔색조' 투수들이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타자가 공략하기 가장 어렵고 힘든 구종은 여전히 직구다. 물론 빠르고 제구가 잘 된 공이여야 이용규 같은 톱클래스 타자를 잡을 수 있다.
이용규는 최고의 직구를 던지는 투수로 오승환(삼성)과 류현진(한화) 그리고 외국인 선수 레다메스 리즈(LG)를 꼽았다.
리즈의 직구를 명품으로 꼽은 건 특이하다. 빠른 공을 던지기는 하지만 공 끝의 힘은 떨어지는 편이기에 리즈는 '언터처블'로 분류되지는 않았다. 이용규는 "그래도 빠르다. 시속 150㎞ 중후반의 공을 뿌린다. 다른 투수들을 상대할 때보다 타이밍을 빨리 잡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용규는 리즈를 상대로 10타수 2안타(2삼진)를 기록 중이다.
나머지 둘은 예상대로 오승환과 류현진이다. 이용규는 올해 오승환을 상대로 2타수 1안타를 기록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그의 직구를 최고로 친다. 이용규는 "승환이 형의 직구 스피드가 147㎞만 나와도 치기 어렵다. 다른 투수 150㎞보다 빨라 보인다. 물론 공의 회전력이 좋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용규는 오승환의 직구를 '파고 든다', 리즈의 직구를 '찌른다'고 표현했다. 오승환의 직구가 끝까지 살아오는 듯한 느낌, 리즈의 직구는 직선으로 빠르게 꽂히는 느낌이라고 바꿔 말해도 될 듯 하다.
올해 컨디션이 좋지 않다고 해도 류현진의 직구 역시 '핫 스터프'다. 좌타자 이용규의 머리 뒤에서 던지는 듯한 착각을 줄 만큼 좌투수 류현진의 릴리스포인트는 뒤에 있다.
이용규는 "현진이의 직구는 각도가 좋다. 높은 데다 좌우로 변화하는 폭도 크다. 직구 궤적이 대각선인 것이 가장 큰 장점. 특히 바깥쪽 코스 공략이 어렵다. 분명 빠져나가는 것 같은데 스트라이크 존 끝에 걸친다"라고 말했다. 이용규는 올해 류현진을 상대로 7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커트 어려운 3대 변화구는?직구와 배트가 만나는 지점은 점이 아닌 선에 가까울 만큼 많다. 배트 스피드가 뒷받침된다면 웬만한 직구를 커트할 수 있다. 슬라이더 등 짧게 꺾이는 변화구는 배트와 만나는 점이 여러 개이다. 배트 컨트롤이 좋다면 공략 가능하다.
이용규는 커트하기 가장 어려운 구종을 커브라고 했다.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공과 배트 궤적이 맞아 떨어지는 점이 단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용규는 "구종으로 구분하면 윤성환(삼성) 선배의 커브와 류현진의 커브"라고 말했다.
낙폭 큰 커브를 뿌리는 우완 윤성환은 올해 이용규를 6타수 무안타(1삼진)으로 꽁꽁 묶었다. 결정구는 커브였다.
류현진 커브를 까다로워하는 건 의외다. 류현진의 넘버원 변화구는 서클체인지업이기 때문이다. 그는 2006년 데뷔 초 커브를 많이 던지다가 그해 중반부터는 체인지업 비중을 높였다. 현재는 양념처럼 가끔 커브를 섞는 수준이지만 대각선 투구 궤적이 이용규의 타격을 어렵게 했다.
같은 팀 소속이어서 맞대결할 기회가 없지만 이용규는 윤석민(25·KIA)의 고속 슬라이더도 경계했다. 이용규는 "중견수 수비를 하며 윤석민의 슬라이더 궤적을 보면 커브만큼 커트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컷패스트볼의 스피드에 슬라이더의 낙폭을 갖춘 윤석민의 변화구는 모든 타자들이 가장 까다로워 하는 구종이다.
박정진(한화)의 경우는 타이밍이 맞지 않는 케이스다. 이용규는 "박정진 선배의 공은 어떻게 하려 해도 맞히기 힘들다. 타이밍 문제인 것 같다. 이렇게 되면 심리적으로 이기기 힘들다"고 했다. 이용규는 박정진을 상대로 6타수 무안타에 그쳤을 뿐만 아니라 삼진을 4개나 당했다. 불펜투수 박정진을 상대할 기회가 적었음에도 이용규는 올 시즌 삼진 29개 중 13.8%를 빼앗겼다. 기록상 최고의 천적이다.
'커트의 달인'도 맞히기 어려운 공은 어떻게 공략해야 할까. 방법은 하나뿐이다. 3구 이내에 승부하는 것이다. 이용규는 "빠른 공격이 답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식 기자 [see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