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능(61) 희성그룹 회장이 22일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제19대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로 취임했다.야구광 LG가(家)가 배출한 야구선수 출신 총재다. 부산에서 출생한 구 총재는 경남중 시절 야구 선수로 뛰었다. 구 총재는 이날 취임식에서 "50여년 전 중학 야구팀의 볼보이로 시작했던 제가 오늘 한국 프로야구를 이끌어 가는 막중한 자리인 KBO 총재에 취임하게 됐다"며 감회를 나타냈다.
LG가와 프로야구의 인연은 199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해 LG의 전신인 럭키금성그룹은 MBC 청룡 구단을 인수해 프로야구에 뛰어들었다. 당초 MBC는 현대그룹과 매각 협상을 하고 있었지만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 럭키금성 쪽으로 선회했다.
인연은 더 빨랐을 수도 있다. 취임식에서 총재 권한 대행으로 구 총재에게 꽃다발을 건넨 이용일씨는 1981년 '한국프로야구 창설계획서'를 작성한 인물. 당시 계획서에는 럭키가 부산을 연고로 구단을 창단하는 것으로 돼 있었다.
이 전 대행에 따르면 1990년 4월 8일 신생 LG 트윈스의 개막전을 찾은 구자경 당시 회장은 잠실구장에 들어찬 2만933명 관중을 보고 감탄했다고 한다. 그는 아들 구본무 초대 구단주에게 "잠실구장 펜스에 모두 그룹사 광고를 설치하는 비용이 얼마인가"라고 경영인다운 질문을 했다.
럭키금성그룹이 1995년 LG그룹으로 개명한 건 한국 프로스포츠 사상 최고의 마케팅 사례로 평가받는다. 구 총재도 취임 일성으로 "야구시장 확대와 수익구조 개선"을 강조하며 '비즈니스형 총재' 면모를 보였다.
세 형제가 모두 야구광이다. LG 트윈스 구단주는 구 총재의 형 구본무 LG 그룹 회장에 이어 2008년부터 올해 8월까지는 동생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이 맡았다. 구본무 회장은 회장실 금고 안에 언젠가 한국시리즈에서 MVP를 탈 선수에게 선물할 최고급 시계를 보관하고 있다. 구본준 회장은 자신의 경영론에 야구를 접목한다.
구 총재는 1996년 1월 LG그룹에서 분가해 희성그룹을 출범시켰다. 야구 사랑은 형제들과 마찬가지다. 지금도 사회인 야구 경기에서 뛰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틈나는 대로 고교, 프로야구 구장을 찾는다. 2005년엔 원로 야구인 하일씨와 함께 희귀 사진을 모은 '사진으로 본 한국야구 100년(1)'을 발간했다. 2007년에는 장충리틀야구장에 전광판을 기증하기도 했다.
유영구 전 총재 사퇴 뒤 9개 구단 사장들은 프로야구의 안정된 발전을 위해 '구단주 총재'를 옹립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현 구단주들이 모두 고사하자 자연스레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프로야구단을 운영하고 있는 LG가 출신, 그리고 야구에 대한 깊은 애정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최민규 기자 [didofid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