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위원회(KBO)는 8월 29일 귀한 손님들을 맞았다.
김완주 전북도지사를 비롯한 역내 지자체 관계자들은 이날 구본능 KBO 총재에게 제 10구단 창단유치희망서를 제출했다. 전북 외에도 경기도 수원시가 이미 프로야구단 유치의향서를 제출해 놓고 있다. 마창진 연고 NC 다이노스의 9구단 창단이 승인된 상태다. 일이 잘 풀리면 프로야구 출범 32년째인 2014년에는 10개 구단이 우승을 놓고 다투게 된다. 프로야구는 서부 경남에 이어 전북, 또는 경기 남부라는 새로운 시장을 얻는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불편한 점이 있다. 야구규약에 따르면 신규 구단 창단은 이사회에서 심의하고, 총회에서 의결해야 하는 사안이다. 10구단 창단에 대한 합의, 내지는 공감대가 이뤄진 뒤 유치전이 펼쳐지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KBO 이사회나 단장 회의에서 10구단 창단에 대한 논의가 이뤄진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이상일 KBO 사무총장은 "창단의향서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문서"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기존 구단들의 명시적 동의 없이 KBO가 한 발 앞서 나가있는 모양새다. KBO 이사회나 총회가 향후 '거수기'로 전락할 위험도 감지된다.
과거 KBO는 어땠는가. 제7구단 빙그레 이글스 창단은 1984년 1월 27일 구단주회의 결의(충남북지역 구단 신설)에 의해 이뤄졌다. 당시 이건희(삼성) 신격호(롯데)·박용곤(OB) 박건배(해태) 이웅희(MBC) 김현철(삼미) 구단주가 회의에 참석했다. 제 8구단 쌍방울 레이더스의 경우 1989년 2월 이사회에서 '90년 창단·91년 출범'이라는 원칙을 정했고, 3월 구단주 회의에서 창단 가이드라인을 정했다. 그 뒤 마산과 전북이 창단 신청을 했다.
리그 확장은 양날의 검이다. 10구단 창단은 프로야구 1000만 관중 시대를 열 절호의 기회일 수도 있다. 9구단 창단이 승인된 이상, 짝수 구단 체제는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무리한 리그 확장으로 경기의 질이 떨어지고, 관중석이 텅텅 비는 구장이 늘어나는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 구단의 난립이 리그 전체의 흥행력을 깎아먹는 현상은 국내외 여러 사례에서 찾을 수 있다. 이 경우 가장 큰 피해자는 행정조직인 KBO가 아닌, 팬과 구단이다.
물론 한국프로야구는 아직 메이저리그처럼 큰 시장이 아니다. 리그 확장에서 KBO가 주도권을 쥐고 지자체나 기업을 설득하려는 노력은 필요하다. 그러나 당위성이 있다고 해서 절차가 무시돼서는 안 된다.
뼈아픈 전례는 반드시 기억할 필요가 있다. 2008년 KT의 프로야구 가입이 무산된 가장 큰 이유는 KBO가 KT에 제안한 연고지와 가입금 관련 약속을 이사회가 뒤집었기 때문이다. 당시에도 KBO는 이해당사자인 구단들의 이해 관계 조정에 실패했다. 그 결과 지금의 프로야구는, 한 구단 사장의 말에 따르자면 "7+1구단 체제"다.
최민규 [didofid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