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에 문단속을 철저히 해야겠다. 귀금속이나 값이 될 만한 물건이 없다고 방심했다가는 예상 밖의 물건을 털리는 수가 있기 때문이다.
농산물, 고철값 상승으로 프라이팬· 냄비·말려놓은 고추도 털릴 수 있고 심지어 옷가지도 절도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최근 푼돈이라도 벌기 위해 별걸 다 훔쳐가는 절도범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
교육감이 널어놓은 고추도올해 작황 부진과 잦은 비로 고추값이 지난해에 비해 두 배가량 올랐다. 최근 서울 가락동 농산물시장에서 거래되는 고추가격(10㎏ 기준)이 5만~6만원으로 지난해 3만원에 비해 2배가량 올랐다. 그러다 보니 고추 도둑도 기승이다. 지난 2일에는 강원도 교육감 부인이 비닐하우스에 널어놓은 고추도 감쪽같이 사라졌다. 전북에서는 고추밭에서 수십일 동안 5회(150만원 상당)에 걸쳐 고추를 따간 좀도둑도 적발됐다.
고추 수확철 전에는 단호박과 수박을 상습적으로 훔쳐 팔은 도둑이 잡혔다. 김 모(54·무직)씨는 전북 고창군 비닐하우스에서 수박 500여통과 단호박(7500만원 상당)을 30여 차례 훔쳐 광주의 농산물 도매시장에 팔아온 혐의를 받고 있다.
오국철 전남고창서 경위는 “농민에게 큰 피해를 안겨줄 만큼 대규모로 농산물을 훔쳐가는 상습범들이 늘어나 골치다”며 “여름에는 수박, 가을에는 벼, 겨울에는 인삼을 훔쳐가는 식이다”고 말했다.
고기 불판·재활용 수거함까지도 슬쩍고철값 오름세가 지속되면서 맨홀 뚜껑, 수로 덮개 등 별별 물건이 절도의 대상이 되고 있다. 대구의 한 막창집에서 고기 불판 수백 개를 훔친 김 모(58·무직)씨가 최근 잡혔다. 하루가 멀다하고 고기 불판이 몇개씩 사라지는 걸 수상히 여긴 식당주인이 설치한 CCTV에 걸린 것이다. 김씨가 훔친 불판은 600여개로 300만원에 상당하는 물량이다. 박상욱 부산 사상경찰서 경위는 “고기 불판은 중고로 팔 수 있어 그냥 고철보다 2배가량 비싸게 값을 받을 수 있는 걸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의류 재활용 수거함을 가져간 사람도 있다. 7일 부산 일대에서 주택가에 설치한 의류 재활용 수거함을 훔친 2명이 잡혔다. 재활용 의류는 물론 고철로 된 수거함도 내다 팔 수 있다는 점을 노렸다. 재활용 옷은 수출업체에 1㎏당 450원에서 550원을 받고 팔았다. 경찰 관계자는 “재활용 옷이 푼돈으로 보이지만 컨테이너 한 박스를 채우면 7000만원을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금값 상승으로 남의 금니를 훔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묘지관리인들은 무덤 밖으로 나온 금니를, 장의사는 사체의 금니를 내다 판다. 부산과 제주도 일대에서는 경비가 허술한 치과병원을 돌며 보관해놓은 금니 수십 개를 훔쳐가는 일이 발생했다.
경찰들도 고개 절레절레이곳저곳에서 터지는 범죄 때문에 경찰도 혀를 내두른다. 예측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농촌 지역 경찰서는 관할 구역이 넓은 반면 인원은 부족해 농산물 절도를 효과적으로 단속하기 힘든 실정이다. 일부 경찰서는 비표를 부착해 주민과 비주민을 구분하는 궁여지책을 내놨다. 강원도 평창경찰서는 경찰서 주차장(800평)을 주민에게 개방해 고추를 말릴 수 있도록 했다.
손예술 기자 [meister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