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무르익진 않았다. 그래도 가능성은 제법 보인다."
축구대표팀 좌측면수비수 홍철(22·성남)에 대한 조광래(57) 대표팀 감독의 기대감은 여전했다. 수원 삼성과 조바한(이란)의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8강전을 지켜보기 위해 14일 수원월드컵경기장을 찾은 조 감독은 "왼쪽 수비에 대해 고민이 많다"면서도 "홍철이 꾸준히 성장 중이라 기대하며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초롱이' 이영표(34)가 은퇴한 이후 위험지역 왼쪽 측면은 조광래 팀의 취약지역이 됐다. 홍철을 비롯해 김영권(21·오미야 아르디자), 박원재(27·전북), 박주호(24·바젤) 등이 '포스트 이영표'의 주인공을 꿈꾸며 실험대에 올랐지만 누구도 합격 도장을 받지 못했다. 이들 중 김영권과 더불어 선두주자로 평가받는 홍철은 최근 A매치에서 기대 이하의 경기력을 선보여 실망감을 안겼다. 7일 열린 쿠웨이트와의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예선 2차전(1-1무) 당시 왼쪽 수비수로 나섰지만 상대 공격수 알에네지에게 잇달아 돌파를 허용하며 '수비불안의 주범'으로 몰렸다.
조광래 감독은 부진 원인에 대해 '생각의 유연성 부족'을 꼽았다. "홍철은 공격적인 수비형태에 강점이 있지만, K-리그와 달리 국제무대는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고 언급한 뒤 "매치업 상대의 특징에 따라 플레이스타일에 변화를 가할 줄 알아야 하는데, 아직까진 그 부분에 허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하려 애쓴 건 좋으나 상대 날개 공격수의 성향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해 돌파를 허용했고, 결과적으로 우리 대표팀의 수비 안정감을 떨어뜨렸다는 분석이다.
"(이)영표는 달랐다. 상대를 철저히 파악해 위험한 상황을 사전에 차단하는 영리함이 있었다"며 떠난 제자를 잠시 추억한 조 감독은 "젊은 대체재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 충분한 경험이다. 그런 의미에서 홍철이 A팀과 올림픽대표팀에 모두 포함된 건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왼쪽 수비수로서 많은 경험을 쌓길 바란다"고 말했다. 홍철은 현재 홍명보 감독(42)의 부름을 받아 올림픽대표팀 소집훈련에 참가 중이다. 21일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리는 오만과의 경기를 통해 2012 런던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의 첫 발을 내디딘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