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장' 김정우(29·상주 상무)가 민간인이 된다.
김정우는 21일 1년 8개월간 몸담았던 상주를 떠나 원소속팀 성남 일화로 복귀한다. 어엿한 대한민국 예비역이 되는 셈이다. 김정우는 올 시즌 포지션을 미드필더에서 공격수로 바꾸며 '제 2의 인생'을 살았다. K-리그 21경기에 나와 15골을 뽑아내며 데얀(서울·19골)에 이어 득점 2위를 달리고 있다. 이 기세를 성남에서도 이어가겠다는 각오다. 그는 "전역했다고 해서 마음을 놓을 수 없다. 성남으로 돌아가면 FA컵 결승전이 기다리고 있다. 우승하고 싶은 대회다"고 말했다. 제대를 사흘 앞둔 18일 상주시청에서 열린 전역 기념 행사에 참석한 김정우를 만났다. 성남 유니폼을 보여주자 "1주일 뒤부터 입을 옷이네요"라며 활짝 웃었다.
-17일 울산전서 상주 유니폼을 입고 마지막 경기를 뛰었다. 보통 제대 직전에는 뛰지 않는데. "상주는 내게 특별한 의미다. 마지막이라고 해서 쉴 수 없었다. 종료 휘슬이 울리자 '이제 진짜 군생활 끝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원섭섭하다."
-상주는 본인에게 어떤 의미인가."도약의 기회와 강인함을 준 곳이다. 2년 동안 정신무장이 제대로 됐다. 강해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부대에서 운동만 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돼 기량면에서도 큰 발전을 이룬 것 같다. 나에게 군대에 대해 묻는 동생들이 많다. 좋은 점도 많은 곳이다. 어서 와라(웃음)"
-전역할 때쯤 되면 살이 찐다던데."2008년 일본에서 한국으로 온 뒤로는 몸무게가 그대로다. 내 몸무게를 다들 궁금해 하시던데…(한참 생각하더니) 비밀이다. 농담이고. 70kg다. 일본에 있을 때 75kg까지 나간 적이 있다."
-이유가 뭔가. "많이 먹는 편이 아니다. 다른 축구 선수들에 비해 훨씬 적게 먹는다. 일반인 수준인 것 같다. 그래도 잘 뛸 수 있다."
-짬밥(군대에서 먹는 밥을 일컫는 은어)이 입에 안 맞았나."처음에는 맛있더라. 근데 계속 먹다 보니 지겹더라. 그래도 부대에서 삼겹살과 같은 고기류를 많이 챙겨준다. 군 생활동안 먹는 걸로는 큰 불만이 없었다."
-'맛스타' 같은 군에서만 파는 식품도 먹어봤나."거의 안 먹었다. PX(군 매점)에서 제일 좋은 것들로만 사와 먹었다. 특히 음료수는 하루에 1.5L씩 마셨던 것 같다. 이제는 PX에 갈 일이 없다. 하하."
-마른 몸 때문에 '뼈정우'라는 별명을 얻었다. 올 시즌부터는 스트라이커로 뛴다고 해서 '뼈트라이커'가 됐는데."처음에는 '뼈정우'라는 별명이 싫었다. 콤플렉스였다. 아픈 부분을 찌르는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은 괜찮다. 계속 듣다 보니 친숙해졌다. '뼈트라이커'라는 별명도 재밌더라. 관심의 표현 같다. 계속 그렇게 불러달라."
-내무반 생활이 조금 지겨울 것 같기도 하다. 뭐하면서 지냈나."일반 군 내무반과는 약간 다르다. 4인 1실인데 방에 TV가 없다. 휴게실까지 나가야 TV를 볼 수 있어 조금 귀찮다. 주로 수다를 떨면서 시간을 보냈다. 아, 맞다! 뮤직뱅크(음악 프로그램)는 꼭 챙겨봤다. 사회에서는 거의 안 보는 프로그램인데 군대에서는 꼭 보게 되더라. 특별히 좋아하는 걸 그룹은 없다. 여자친구가 있으니까(웃음)."
-전역하면 곧바로 뭘 하고 싶나."신태용 성남 감독님께 인사를 드리러 가는 게 가장 먼저다. 앞으로 계획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다. 얼마 전에 통화했는데 '절대 다치지 말라'고 하더라. 특히 경고는 절대 받지 말라고 강조하셨다."
-왜인가."팀을 옮겨도 경고 누적은 이어진다. 경고가 2장이 누적돼서 1장만 더 받으면 경기에 못 나오는 상황이다. 경고를 받으면 큰일난다. 성남에 가서도 조심해야겠다."
-성남으로 가면 높은 연봉을 받는다. 그렇게 되면 월급이 수 백배 오르는데. "어머니께 갚을 돈이 많다. 휴가 때마다 용돈을 받아썼기 때문이다. 마침 어머니가 1골당 100만원 씩 용돈을 주시기로 했다. 일종의 인센티브 계약이다. 그런데 올 시즌에 골을 많이 넣어서 어머니 생각보다 용돈을 더 많이 받았다(웃음). 최근 200만원 가불받은 게 있어서 성남에 가서 2골 더 넣어야 한다."
김정우는 병장 시절 한 달에 9만7500원을 받았다. 하지만 성남으로 돌아가면 한 달에 3000만원 넘는 월급을 받는다. 300배 정도 늘어난 셈이다. 그의 연봉은 4~5억원 사이로 알려져 있다.
-성남과 수원의 FA컵 결승이 남아있다."입대하기 직전인 2009년 FA컵 결승에서 수원을 만났는데 졌다. 2011년 FA컵 결승도 상대가 수원이다. 이번에는 기필코 이기고 싶다."
성남은 2009년 FA컵 결승에서 수원을 만나 1-1 무승부를 기록해 승부차기까지 가는 혈투를 벌였다. 하지만 김성환과 전광진이 실축하면서 승부차기 스코어 2-4로 패했다. 김정우는 이 경기에서 풀타임 활약했다.
-여자친구(탤런트 이연두)와 잘 지내나."항상 잘 지내고 있다. 당장 결혼계획은 없다. 하지만 결혼 상대로 만나고 있으니 기다려 달라. 올 시즌 이후 천천히 이야기 해보려고 한다."
-남은 6경기 목표는."FA컵 우승과 리그에서 2골이다. 2골을 더 넣어야지만 어머니께 빌린 돈을 갚을 수 있다(웃음)."
◇ 김정우는…생년월일 : 1982년 5월 9일
신체조건 : 183㎝·70㎏
포지션: 공격수·중앙 미드필더
출신학교 : 부평고-고려대
올 시즌 기록: 26경기 18골(컵대회 포함)
프로 기록 :울산 현대(2003~2005·84경기 1골)
나고야 그램퍼스(2006~2007·52경기 7골)
성남 일화(2008~2009·65경기 10골)
광주 상무(2010·19경기 3골)
A대표팀 기록 : 66경기 6골
주요경력: 2006·2010 월드컵 대표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 대표
2004 아테네 올림픽 대표
별명 : 뼈트라이커(뼈+스트라이커)
좋아하는 음식 : 김치찌개
전역 후 먹고 싶은 음식 : 곱창
전역 후 하고 싶은 것 : 드라이브
걱정되는 후임 : 일병 김철호·철이 없어서
성남에서 누가 날 애타게 기다릴까 : 신태용 감독님
득점 찬스에서 라돈치치가 손을 흔든다면 : 패스한다·난 득점왕 욕심 없으니까
상주=김환 기자 [hwan2@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