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고교야구 여자 매니저가 피터 드러커를 읽는다면’은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로 추앙을 받는 피터 드러커가 쓴 ‘매니지먼트’를 고교야구부에 적용한 소설이다. 도쿄 호도쿠보 고교는 20년 전에 고시엔 대회 본선에 진출한 게 전부인 만년 약체팀. 선수들 실력은 물론이고 감독, 선수 간의 팀워크도 엉망진창이다. 야구부 매니저를 맡은 가와시마 미나미는 드러커의 ‘매니지먼트’를 적용해 팀 전력을 끌어올린다. 그리고 고시엔 대회 본선 진출권이라는 목표를 달성한다.
애초 미나미는 야구부 매니저가 됐을 때부터 “야구부를 고시엔 대회 본선으로 이끈다”는 명확한 목표가 있었다. 목표 설정은 강한 모티베이션(동기부여)을 준다는 점에서 아주 중요하다. 누구나 꿈을 가지고 있다. 야구 선수라면 ‘이대호나 류현진과 같은 선수가 되겠다’든지 ‘오랫동안 팬들의 사랑을 받는 선수가 되겠다’든지 등. 다소 추상적인 최종 목표를 꿈꾼다.
“사람에게는 목표가 있어야 한다. 하루의 목표, 인생의 목표. 나의 목표는 사람들이 이런 말을 하게 하는 거다. ‘저기 테드 윌리엄스가 지나간다. 이제까지 살아온 사람 중에 가장 위대한 타자다.’” 메이저리그의 마지막 4할 타자 테드 윌리엄스의 얘기다.
최종 목표가 정해졌다면 그것을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에 대한 ‘과정’, 세부 목표가 있어야 한다. 사지 않은 로또가 당첨될 리가 없듯이 ‘어떻게’가 없는 최종 목표는 허황한 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2000년부터 삼성 선수를 대상으로 심리 상담을 맡고 있는 김진구 경북대 체육교육과 교수는 “목표설정을 기차 여행”에 비유했다.
“부산에서 전깃불도 안 들어온 동네에 사는 야구 초보자가 서울에 간다고 기차표를 딱 샀다. 프로에 입단한 거로 최종 목적지는 서울이다. 근데 이 선수가 구포에 오니까 전깃불이 3개 정도 보이니까 서울로 착각해서 도착했다고 내린다. 목적지까지 못 간 거다. 여기서 안 내리면 대구 오니까 이번에는 불빛이 찬란하다. ‘아, 여기가 서울이구나!’라고 착각한다. 서울행 기차를 탔으면 중간에 안 내리고 서울까지 와야 성공이다. 이때 필요한 것이 목표설정이다.”
메이저리그에 심리치료를 도입한 하비 도프만 박사와 칼 쿠엘 전 몬트리올 감독이 함께 쓴 ‘야구의 멘탈 게임’(The Mental Game of Baseball)에는 흥미로운 일화가 소개되어 있다.
휴스턴, 양키스 등에서 GM(제너럴 매니저)를 역임한 밥 왓슨은 1984년 은퇴할 때까지 메이저리그에서 19년간 뛰며 통산 타율 2할 9푼 5리를 남긴 강타자다. 신인 시절 묘한 징크스가 있었다. 첫째, 둘째 타석에서 잇따라 안타를 치면 나머지 타석은 항상 범타에 그쳤다. 항상 한 경기 최다 안타 수는 2개에 머문 것. 원인 없는 결과가 없는 법이다. 왓슨은 매 경기 2안타를 치는 게 목표였다. 목표를 달성하는 순간 안도하면서 집중력을 잃은 게 원인이었다.
하루는 베테랑 토미 데이비스가 “좋은 성적을 남기고 싶으면 타석에 임하는 태도를 바꾸라”고 조언했다. 한 경기 2안타가 아니라 매 타석을 소중히 하라는 의미였다. 데이비스의 말처럼 한 타석 한 타석에 집중하자 3안타 이상을 몰아치는 경기가 곧잘 나왔다. 목표 설정이 성적에 영향을 끼친 것이다.
매 경기 목표를 갖고 필드에 나서야 한다. 또한, 한 시즌 목표도 있어야 한다. 가령 시즌이 시작하기 전에 올해 목표를 타율 3할로 세웠지만 전반기를 2할 4푼에 그칠 때도 있다. 이때는 목표를 현실에 맞게 수정해야 한다. 달성할 수 없는 목표는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부산에서 서울까지 가는 장기 목표만으로는 모티베이션을 유지하기 어렵다. 누구나 끝이 안 보이는 일에는 질리기 마련이다. 그래서 단기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달성했을 때의 즐거움과 기쁨을 통해 서울까지 무사히 도달할 수 있다.
매년 상위 라운드에 지명된 신인 선수는 프로에서의 목표를 “20승 투수”나 “30홈런 타자”라고 포부를 밝힌다. 구단과 팬의 기대에 부응하는 목표다. 하지만 꿈을 실현하기 위한 과정을 물었을 때 대다수 대답은 우물쭈물한다. ‘어떻게’가 없기 때문이다. 로또를 사지 않고서도 대박을 꿈꿀 수 있다. 현실로 일어나지 않는 게 ‘함정’. 꿈을 현실로 만드는 것은 명확한 목표 설정이다. 야구든 사회든.
<야구라> 손윤 (http://yagoo.tistory.com/)
* 위 기사는 프로야구 매니저에서 제공한 것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야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