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일반
[섹시토크] 너무 놀아 지친 거야?
▶최수진의 시크릿 성생활
내놓으라 했던 인기남이 조신한 결혼생활을 유지한다니 놀라웠다. 그러고 보니 대부분 결혼 전 플레이보이였던 남성이 결혼 후 조신해지는 경향이 다분하다는 모순을 깨닫게 되었다. 진실은 그 반대일지 모르지만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는 그렇다.
"너무 많이 놀아서 지친 게야." 우스개 소리로 이런 말을 했다. 남성들뿐 아니라 미혼시절에 연애도 많이 하고 활발하게 교재를 했던 소위 잘 나갔던 여성들도 오히려 좋은 배필을 만나 조신한 아내로 돌변하는 경우가 많으니 말이다. 결혼 전에 오빠처럼 남동생처럼 지내던 남성들이 결혼을 하고 나면 칼퇴근에 여자라면 말을 섞지도 않고, 친구처럼 지내던 정이 무색하게도 남보다 더한 남이 되어 버리고 만다. 이렇게 되면 그저 동료였을 뿐이래도 마치 애인에게 버림받은 배신감에 섭섭함 또한 그지 없다. 정말 원 없이 연애를 해서 결혼 후에는 깨달음을 얻고 충실한 가장으로 아내로 살아가게 되는 건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 말이 어느 정도 맞다. 많은 유형의 이성들과 만나 봤다는 P군은 어떤 이성을 만나든 그녀를 유형적으로 분석하게 되는 경지에 오르게 되더라 말했다. 사랑이 깊어지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스타일인지, 위기가 왔을 때, 상처를 입었을 때, 키스를 할 때, 그리고 잠자리에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거의 모든 걸 다 파악하게 된다고 했다. 한마디로 말해서 이성에 있어 전문가가 되어 버린다는 거다. 실제로 그는 무척 다정다감하며 여성을 잘 알고 신사적인 매너를 가진 남성이다. 그가 많은 여성과 교재한다는 걸 알면서도 그를 만날 때면 나만을 위해 내 앞에 서 있다는 착각을 하게 만든다. 정말로 그 순간에는 그럴지도 모르지만.
많은 이성과의 교재 경력이 있는 사람에게는 묘한 편안함이 있다. 그와 같은 이유로 미혼녀들이 유부남에게 끌리는지도 모르겠다. 아무것도 묻지 않았고 의심도 하지 않았다. 자신의 이야기를 하려 하지도 그녀에게 무슨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지도 않았다. 이런 이들끼리의 결혼이라면 너무 먼 길을 걸어와 이제는 서로에게 쉼터가 되기 위한 선택이 된다. 담백한 섹스와 예의로 서로를 대하고 충실한 가정을 위해 전념을 하며 그것을 제 2의 인생으로 가치를 둔다. 왜 더 날 사랑하지 않느냐 상대를 채근하는 일은 적어도 없다. 괴변이지만 결혼은 가정을 위한 것이지 남녀의 영원한 사랑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논리다.
많은 연애경험과 늦은 결혼을 예찬하는 중이다. 사랑은 어차피 현재보다는 추억이 더 값지며, 결혼 속에서 사랑의 가치를 두기에는 현실과 가족관계에서 오는 장벽이 너무 높다. 어서 부지런히 사랑하고, 많은 이성을 만나 추억을 만들라 조언하고 싶다. 어느 TV 프로그램에서 김구라씨가 '어서 막 만나야 해요'라고 말해서 무릎을 치며 공감했었다. 물론 막 만나면서 상대에게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는 본인의 인격과 가치관의 문제일 거다. 때로는 몸도 마음도 망가져 인간쓰레기로 전락하는 이도 분명히 있으니까. 그리고 가장 최악은 막 만나지도 않으면서 결혼이 늦어지는 경우다. 충심의 조언으로 제발 그러지 말았으면 한다.
최수진은?
불문학 전공, 전직 방송작가, '야한 요리 맛있는 수다' 의 저자. 성 컬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