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최다패(18패) 투수가 2011년 다승왕을 비롯해 4관왕에 올랐다. 2008년 최우수선수(MVP) 투표에서 3표만 받았던 선수가 2011년 62표를 얻어 MVP를 차지했다. 2010년 불운과 비난 때문에 야구를 그만둘 생각까지 했던 그는 2011년 최고의 사랑을 받았다.
바닥까지 추락했다가 최정상에 올라선 청년, 윤석민이 선후배의 질문을 풀어놨다. 인터뷰는 지난 7일 MVP 시상식을 마친 직후 이동하는 승용차 안에서 이뤄졌다. 특유의 달변으로 대답을 했지만 생애 최고 '떨림'의 여운이 남아 있었다.
롯데 홍성흔(34)
-MVP 수상을 축하한다. 외모도 그렇고, 나에게 말할 때도 그렇고, 넌 정말 착하고 순진해 보인다. 그런데 주변 사람들은 '석민이가 절대 순진남이 아니다. 은근히 짐승남이다'라고 하더라. 어떤 모습이 진실인지 궁금하다.
"음…. 먼저, 짐승남은 절대 아닙니다. 선배들을 어려워 하는 편이거든요. 일부러 그런 건 아니고 저도 모르게 조심하게 돼요. 대신 또래들한테 친근하게 다가가고, 친할수록 막 대하긴 해요. 그렇다고 두 모습이 전혀 다른 건 아닙니다. 짐승남 말고, 개구쟁이로 봐주세요."
롯데 조성환(35)
-지난해 내게 사구(얼굴)를 던졌을 때도 그랬고, 여러모로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 잘 이겨내서 MVP가 될 만큼 활약해줘서 너무 고맙다. 석민이는 정신적으로 힘든 일이 있을 때 평소에 무엇을 하면서 어떻게 극복하는지 궁금하다.
"사실요. 그때는, 그때 힘들 때는요, 극복할 생각을 하지 못했어요. 연달아(홍성흔·조성환) 사구를 맞힌 뒤에는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고, 여유도 없더라고요. 그저 (야구를) 다 놓고 싶은 심정뿐이었습니다. 인터넷 악플 때문에 눈물 많은 어머니는 매일 우셨고요. 그냥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 정도 해결이 되더라고요. 이후 다른 어려움에 빠져도 굳이 애써서 빠져 나오려고 하지 않아요. 결과적으로 잘 풀리기 마련이니까요."
선동열 KIA 감독(48)
-늦었지만 투수 4관왕 달성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혹시 10년 후 자신의 모습을 그려본 적이 있는가. 10년 후 윤석민은 어떤 투수가 돼 있을까.
"10년 후를 그려본 적은 없어요. 너무 먼 일을 생각하면 바로 앞의 일에 소홀해질 것 같거든요. 당장 오늘 하루, 올 한 해에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그런 날이 쌓이고, 나이를 먹다 보면 10년 후에는 더 좋은 제가 돼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한화 류현진(24)
-올해는 경기 초반부터 공을 강하게 뿌리더라. 의도적인 것인가. 또 주무기인 슬라이더의 속도가 더 빨라진 것 같다. 비결은 무엇인가.
"원래 난 항상 타자를 쉽게만 상대하려고 했거든. 올해는 잘해보고 싶어서 투구 패턴을 바꿔야 된다고 생각했어. 예전과 똑같이 한다면 무의미한 시즌이 될 것 같았거든. 다행스럽게 시즌 초부터 공이 좋았고, 힘이 붙어서 전력투구한 것이 좋은 효과를 봤어. 그리고 슬라이더는…, 전보다 더 빨라진 것같지는 않은데? 해마다 똑같은 슬라이더를 던져 왔지만 올해 성적이 좋으니 슬라이더가 더 부각된 것 같아. 덕분에 다른 변화구 비중을 줄였지."
삼성 최형우(28)
-올해 나한테 홈런을 4개 정도 맞았다(18타수 10안타, 타율 0.556, 4홈런 7타점). 왜 많이 맞은 것 같나. 지난해까진 내가 거의 못 쳤는데.
"먼저 형우 형한테 약하다는 의식을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올해 많이 맞기는 했지만 내년에는 좋은 승부를 할 수 있습니다. 올해 형우 형한테 맞은 구종을 다 기억하고 있거든요. 형우 형의 타격 스타일을 알아서 공격적으로 승부를 걸었는데, 오히려 형의 노림수에 딱딱 맞아 들어간 것 같아요. 해가 바뀌면 운세가 바뀌듯이 내년 승부는 새로운 패턴이 될 겁니다.(웃음)"
삼성 오승환(29)
-야구 선수에게는 12월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가장 중요한 것 같다. 평소 12월은 어떻게 보내는지.
"12월이 유일하게 쉬는 기간이긴 한데 마땅히 쉴 시간이 없는 게 사실이에요. 여기저기 불려다니기도 하고. 쉴 때는 푹 쉬는 편이에요. 그래야 힘이 난다고 생각하고요. 대신 틈나는 대로 가벼운 운동은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