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 대표팀 중앙수비자원 홍정호(22·제주)가 11일 열리는 아랍에미리트(UAE)전에서 변화의 중심에 서있다. 조광래 감독으로부터 평소 소화하던 중앙수비수 역할 대신 중앙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서라는 지시를 받았다. 홍정호의 활약 여부에 따라 A팀 전술과 선수 기용 방식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이른바 '홍정호 시프트'가 탄생한 셈이다. 주요 포지션의 구성 변화를 비롯해 UAE전에서 눈여겨봐야 할 세 명의 키 플레이어를 짚어봤다.
◇ 홍정호 시프트 가동
조광래 감독은 9일 UAE 두바이 소재 알 와슬 제1 훈련구장에서 열린 A팀 훈련을 앞두고 깜짝 발표를 했다. 어지럼증과 구토에 시달리는 등 컨디션 저하 기미가 또렷한 기성용(22·셀틱)을 UAE전, 레바논전(15일) 등 중동 원정 2연전에 활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센터백 홍정호를 수비형 미드필더로 대체 기용한다는 복안도 공개했다. 본래 포지션인 중앙수비수 자리는 곽태휘(30·울산)가 맡는다.
발표는 갑작스럽게 이뤄졌지만 즉흥적인 구상은 아니다. 조 감독은 중동 원정 2연전의 화두로 여러 차례 '수비 안정'을 언급해왔다. 부담스러운 중동 원정이라는 점을 감안해 일단 수비를 탄탄히 한 뒤 확률 높은 역공으로 승리를 거머쥔다는 기본 방침을 세웠다. 절정의 패싱력을 자랑하는 기성용을 공격형 미드필더로, 빠르고 압박에 능한 홍정호를 수비형 미드필더로 기용하는 것도 조감독이 그리던 여러 전술 중 하나다. 그러나 기성용의 부상으로 이중 '홍정호의 변신'만 현실화됐다. 홍정호의 1차 과제는 중앙 돌파 능력이 뛰어난 UAE 주포 이스마엘 마타르(28·알 와다)를 꽁꽁 묶는 것. 9일 훈련 직후 취재진과 만난 그는 "(수비형 미드필더는) 익숙지 않은 포지션이라 아직까지 불필요한 동작들이 많다"면서도 "동료에게 짐이 되지 않겠다"는 말로 자신감을 나타냈다. 홍정호는 중원에서 이용래와 호흡을 맞춘다.
◇ 여전히 믿을맨은 박주영
'공격 구심점' 박주영(26·아스널)의 활약 여부 또한 관심사다. 소속팀에서는 좀처럼 출장 기회를 잡지 못하지만, A매치에서는 꾸준히 주포다운 골 결정력을 과시하고 있다. 최근 대표팀에서 4경기 연속골 행진 중이다. 9월 치른 레바논과의 월드컵 3차예선 첫 경기(6-0승)서 해트트릭을 기록한 것을 시작으로 쿠웨이트전(1골), 폴란드전(2골·A매치 제외), UAE전(1골) 등에서 줄줄이 골을 넣었다.
박주영이 중동축구에 유독 강하다는 점 또한 반갑다. 중동팀과 총 18차례 A매치를 치러 10골을 몰아쳤다. UAE를 상대로는 최근 두 차례 만나 모두 득점을 기록했다. 이번 경기서는 왼쪽 날개 공격수 역할을 맡아 최전방 공격수 지동원(20·선덜랜드), 공격형 미드필더 구자철(22·볼프스부르크), 오른쪽 날개 공격수 서정진(21·전북)과 함께 UAE 골문을 두드린다.
◇ 차두리 컴백 효과는?
부상에서 회복해 모처럼만에 A팀에 컴백한 오른쪽 풀백 차두리(31·셀틱)의 활약도 기대된다. 측면수비수의 적극적인 공격 가담을 강조하는 조광래 감독의 전술적 특성에 가장 잘 부합하는 선수다. UAE전에서는 좌측면수비수 홍철(21·성남)과 함께 양 측면에 나란히 포진해 공격지원 임무를 수행한다. 15일 만날 레바논이 조별리그 최약체라 승리 가능성이 높은 만큼, UAE전에서 이긴다면 사실상 최종예선 진출의 8부 능선을 넘는다.
두바이(UAE)=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사진=김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