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밤(한국시간) 두바이 국제공항에서 만난 조광래 한국축구대표팀의 표정은 밝았다. 하루 전 치른 아랍에미리트(UAE)와의 맞대결(2-0승)에서 고전했지만, 중동원정에서 승점3점을 따낸 것에 만족하는 모습이었다. 조 감독은 "UAE전은 불가피하게 주축 선수들이 여럿 빠지거나,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강팀과 만났을 때를 대비한 테스트 성격이 강했다"면서 "홍정호를 수비형미드필더로 세우는 실험은 성공적이었다고 본다.
15일 치르는 레바논과의 경기에서는 우리 대표팀의 약점인 왼쪽 수비 지역을 점검할 것"이라 말했다. 이와 관련해 "중앙미드필더 이용래를 왼쪽으로 돌리는 방안을 고심 중이다. 이는 공격축구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옵션"이라는 부연설명을 곁들였다. 경고누적으로 레바논전에 나서지 못하는 박주영(26·아스널)의 대안으로는 UAE전 선제 결승골의 주인공 이근호(26·감바 오사카)를 꼽았다.
-UAE전에서 후반42분까지 골이 들어가지 않았는데.
"전반전은 수비 형태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유지하는 것에 역점을 뒀다. 후반 시작과 함께 손흥민을 투입하며 변화를 줬다. 상대의 압박이 심해 수비 뒷공간 침투를 주문했다. 그것이 먹혀들면서 경기 흐름이 바뀌었다."
-'홍정호 시프트'에 대한 평가는.
"경기 후에 차범근 전 수원 감독을 잠깐 만났는데, 홍정호의 플레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더라. 1선에서 공격수를 미리 차단하니까 수비진의 안정감이 높아진 것 같다. 허리에서 뛴 경험이 부족해 미숙한 부분도 있지만, 홍정호는 영리한 선수라 빨리 적응할 것으로 본다. 레바논전에도 홍정호는 미드필더로 활용할 계획이다."
-기성용이 있었어도 UAE전에 홍정호를 미드필더로 기용했겠나.
"물론이다. 부상 등으로 인해 미드필드진의 주축 멤버가 빠지거나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좀 더 강한 팀들과 맞붙었을 때를 대비해 꾸준히 구상한 카드였다. 홍정호를 수비형 미드필더로 쓸 땐 기성용에게 보다 공격적인 역할을 주문할 수 있다. 이번에 중원에서 홍정호-기성용 조합을 체크하고 싶었는데, (기)성용이가 아파 시도하지 못했다."
-후반 들어 홍철 대신 수비형 미드필더 이용래를 왼쪽 측면수비수로 활용했는데.
"공격을 강화하기 위해서였다. 이용래와 함께 경남에 있을 때 여러 차례 활용해 본 방법이다. 중앙은 수비력을 유지해야하는 지역이니 측면에서 풀어나가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용래는 많이 뛰고 드리블이 좋은 선수다. 흐름을 읽을 줄도 안다."
-레바논전에서는 어떤 선수가 왼쪽 수비수로 나서나.
"아직 고민 중이다. 홍철은 기술이 있고 빠른 공격수를 만나면 고전하는 경향이 있다. 어려서 그런지 대범하지 못한 것 같다. 경험이 좀 더 쌓여야 한다. 당초 이용래를 후반 전술 변화용 카드로 생각했는데, 지금은 선발로 기용하는 방안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 물론 김영권 카드도 염두에 두고 있다."
-이근호가 모처럼만에 골을 넣었다.
"최근에 몸이 올라왔다. 경기 전에 '무조건 투입시킬테니 철저히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지동원이 부진한 데다 다음 경기에는 박주영도 뛰지 못하기 때문에 공격라인에 변화를 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근호의 역할이 중요하다."
-박주영이 경고누적으로 레바논전에 뛰지 못한다. 대안은 있나.
"양쪽 측면에 빠른 공격수를 배치하는 방안과 중앙에서 활발히 2선 침투하는 방안을 모두 고민 중이다. 이승기 등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는 방법도 생각하고 있다. 일단 최전방에는 이근호를 배치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