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화기 건너편에서 들려오는 '빅보이'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롯데와의 2차 협상이 있었던 17일 이른 저녁이었다. 그는 "기자분들이 전화를 많이 걸어주셨다. 구단과 액수 등 협상 내용에 대해 함구하자고 약속했다. 양해 바란다"며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인 이대호가 롯데와 2차 협상을 가졌다. 환담만 했던 첫 만남과 달리 2차 면담선 양측 모두 허심탄회하게 속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롯데는 이날 "구체적인 액수는 공개하지 않지만, 프로야구 역대 최고대우액을 제시했다"고 밝힌바 있다.
이대호는 "구단에서 역대 최고액을 제시한 것이 맞다"고 말했다. 그러나 자신을 만족시킬 만한 액수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는 "배려에 대해 감사를 표했으나, 만족할 만큼은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이어 "19일까지 합의점을 찾아나가자는 뜻에서 '생각해보자'는 뜻을 전했다"고 덧붙였다.
'빅보이'는 요즘 수영에 열심이다. 이대호는 플레이오프 이후 훈련에 참여하지 않고, 아내 신혜정씨와 재충전의 시간을 가졌다. 그는 "체력관리 차원에서 가볍게 수영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대호는 키 194cm·130kg 대의 큰 몸집을 가졌다. 수영복을 입은 모습을 상상할 수밖에 없는 상황. 알아차렸을까. 그가 밝게 웃으며 말했다. "저도 수영장 가면 인기 많아요. 어머님들이 저를 얼마나 좋아하시는데요."
-2차 협상을 했다. 어땠나.
"시종 긍정적인 분위기 였다. 서로 구체적인 금액과 조건 등을 모두 밝혔다. 속 이야기도 모두 이야기 했다."
-롯데가 프로야구 사상 최고액을 제시한 것이 맞나.
"그렇다. 구단측에서 역대 최고 금액을 제시했다. 심정수(전 삼성·60억) 선배보다 많은 금액은 맞다."
-본인 반응은.
"최고 대우를 해준 것에 대해 '감사하다'고 했다. 구단이 작년에 비해 신경써 주셨다고 생각한다."
-만족했다는 뜻인가.
"배려에 감사하다는 의미다. 만족했다면 계약하지 않았겠는가."
-구체적인 금액을 말해달라.
"죄송하다. 구단과 상호 합의하에 액수는 비공개로 하기로 약속했다. 신의라는 것이 있다. 다들 궁금해 하신다는 것 잘 알고, 당연하다. 말하지 못하는 점에 대해 양해 바란다."
-서로 제시한 금액에 격차가 있었는지.
"차이는 있다. 자릿수라도 밝히길 바라시는 데, 그것 또한 말 하지 않겠다."
-19일까지 '생각해본다'고 했다. 무슨 의미인가.
"서로 합의점을 찾아보자는 의미 아니겠는가. 구단이 절충안을 내거나 내 제시안을 받아들이는 것을 생각하고, 기다린다는 뜻이었다."
-합의에 도달한다면 19일에 계약을 체결할 수있는지.
"그렇다. 나는 부산에서 나고 자란 프랜차이즈 선수다. 롯데에 남는다면 나 자신뿐만아니라, 팬·프런트 모두에게 좋은 일 아닐까. 그만큼 열심히 뛸 것이다."
-주변에 해외 진출에 대한 희망을 밝힌 적 있는지.
"(웃음) 나는 야구 선수다. 보다 넓은 곳에서 뛰고 싶다는 의사를 피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해외라면 일본인가.
"해외진출의 의미를 일본과 오릭스로 한정지으려는 분들이 많다. 나의 꿈 중 하나는 메이저리그 진출도 있다. 협상 기간인데, 해외 진출에 관한 추측이 나오면 곤란한 부분이 있다."
-해설위원들이 이대호에 대한 적정한 몸값과, 능력치에 대해 평가한 기사가 일간스포츠에 게재됐다.
"알고있다. (80억± 선이 적합다는 의견 등에 대해) 좋게 봐 주셔서 감사하다."
-요즘 수영장에 다닌다고 들었다.
"맞다. 최근들어 다니고 있다. 오늘 2차 협상 후에도 갔다왔다. 체력관리 차원이다."
-수영복 입은 이대호가 상상되지 않는다.
"왜그러시나. 수영장 가면, 어머님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다(웃음). 내가 가면 다들 좋아하신다. 정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