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피언결정전만 남겨둔 2011년 프로축구 6강 챔피언십에서 떠오른 깜짝 스타는 단연 울산 골기퍼 김승규(21)다. 2경기에서 '페널티킥 종결자'로 불리며 축구팬들의 눈길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열성팬이라면 김승규가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수문장으로 활약한 것을 기억할 것이다. 오른 손목 골절로 1년여간 재활에 매달려 6강 챔피언십을 앞두고 올해 출장 수는 '제로(0)'였다. 국가대표 김영광이 버틴 울산에서 4년간 출장 경험도 9경기에 그쳤다. 그러나 수원과 준PO, 포항과의 PO에서 'PK 종결자'로 등극했다.
김승규는 26일 포항전에서 전반 8분 모따·전반 24분 황진성의 페널티킥을 연달아 선방, 지켜보는 이들의 입이 딱 벌어지게 했다. 지난 23일 수원과의 승부차기에서 3차례나 수원 키커의 실축을 유도한 것이 단순히 운이 아닌 실력임을 증명했다.
배짱도 좋다. 김승규는 포항과의 경기 후 인터뷰실에 들어와 "나만의 방법을 통해 키커가 특정 방향으로 차도록 유인할 수 있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그는 "모따의 슈팅 방향을 오른쪽으로 유도했다. 그래서 막을 수 있었다"며 "수원전에서는 마토가 승부차기 키커로 나섰을 때 같은 방법으로 유도했다(막지는 못함)"며 자신만의 노하우를 자랑했다. '페널티킥 방어 비결을 공개할 수 있는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은퇴한 후에 가능할 것 같다"고 재치있게 답하기도 했다.
순수함과 풋풋함도 드러냈다. '특별히 PK 노하우를 전수받은 것이 있나'는 질문에 김승규는 "솔직히 승부차기에서 이긴 건 딱 2번밖에 없다. 2008년 포항과의 6강 PO, 올해 수원과의 준PO 두 번이다. 그 전에는 두 개 중 하나 막으면 잘 막았다"며 "한 경기에 페널티킥을 두 번이나 막은 것도 오늘이 처음"이라며 멋쩍게 웃어보였다.
김승규의 맹활약으로 챔프전에서 누가 울산의 골문을 지킬 지 관심사가 됐다. 김승규는 "(경고누적으로 포항전에 빠진)영광이 형을 결승전에 뛸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였다"고 말한 뒤 "솔직히 (내가 뛰고픈) 욕심도 있지만…"이라고 말했다. 김호곤 울산 감독은 "상태를 봐서 결정하겠다"고 확답을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