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성(32·205㎝·원주 동부)은 프로농구 최고 선수다. 2002년 데뷔해 열 시즌째 기복 없는 활약을 하고 있다. 큰 키에 발까지 빨라 국내에서는 대적할 만한 선수가 없다. 공격과 수비를 모두 갖춘 전천후 선수다.
프로농구 최고 연봉인 7억 원을 받는 이유다. 동부는 김주성이 있기에 올 시즌 *승 *패로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다. 강동희 동부 감독은 "(김)주성이가 없으면 동부가 이 정도까지 잘 하겠나"며 흐뭇하게 웃었다.
하지만 김주성은 '최고'라는 단어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그냥 열심히 뛰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한다. 농구는 개인 스포츠가 아니라는 게 그 이유다. 김주성은 "농구는 코트에 있는 5명의 마음이 맞아야 하는 운동이다.
내가 돋보이면 팀은 지게 돼 있다"고 했다. 김주성은 지난달 29일 진행된 인터뷰에서 감독·친구·선후배의 질문에 1시간 넘게 성심성의껏 답했다. 그는 인터뷰가 끝나자 "인터뷰는 역시 어렵다. 농구가 제일 쉬운 것 같다"며 웃었다.
강동희(동부 감독)
-2003년 선수 시절 플레이오프에서 만났던 기억이 난다. 난 LG였고, 넌 TG삼보(동부 전신)였지. 그때는 형·동생 사이였는데 이제는 감독과 선수 관계다. '형 강동희'와 '감독 강동희'는 어떻게 다른 것 같나.
"대학 시절 때나 지금이나 존경하는 선배님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같은 팀에서 선수생활을 해본 적이 없어서인지 '형'보다는 '감독님' 이미지가 강하네요. 오히려 허재 KCC 감독님은 '형' 같을 때가 있습니다. 동부에서 함께 선수로 뛰어봐서 그런 것 같네요. 하지만 감독님하고 저하고 성격 면에서 비슷한 점이 많은 것 같아요. 내성적이고 차분하잖아요. 하하. 아닌가."
김주성과 강 감독은 2002-2003 시즌 4강 플레이오프에서 맞대결을 펼쳤다. 5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김주성의 TG 삼보가 LG를 3승 2패로 꺾었다. 이후 TG 삼보는 챔프전에서 오리온스를 4승 2패로 제압하고 우승을 차지했다.
윤호영(동부·김주성의 후계자)
-곰곰이 생각해봤는데…도저히 물어볼 게 생각이 나지 않네. 날마다 붙어있는데 굳이 말이 필요하겠어요? 뭘 물어봐야 할까요.
"호영아. 말이 좀 짧다. 하하. 하긴, 만날 붙어있다 보니까 이런 곳에서 물어보는 것도 웃기겠다. 그래도 이것 만은 알아줬으면 한다. 내가 요즘 혼도 많이 내고 달래기도 하잖아. 기분 나쁘지 않았으면 해. 다 동부와 네가 잘되라고 하는 거니까. 정규리그 우승을 위해 조금만 더 힘내자."
박지현(동부·고등학교,대학교 동기)
-난 미혼인데 결혼하면 어떤 게 좋아. 꼭해야 하나.
"꼭 결혼해라. 추천한다. 일단 생활이 안정돼. 지금은 모를 수도 있는데 결혼하고 나면 알 게 될 거야. 일단 기댈 곳이 있다는 게 좋다. 힘들 때 혼자 끙끙댈 필요도 없고, 평생 내 편이 있다는 느낌이 농구 하는 데 도움이 될 거야. 지현아. 제발 빨리 결혼해라."
-최근 경기를 하다 보면 종종 흥분을 하던데. 분위기 반전을 위해서야, 아니면 진짜 불만이 많아서야.
"음…(한참 고민하더니). 나도 자제해야한다고 생각하는데 욕심이 많아서 못 참는 것 같다. 팀 동료들이 억울한 부분까지 항의하다 보니까 가끔 과도한 행동을 하게 되네. 걱정 마. 앞으로 그런 일 없도록 할게. 약속한다."
최윤호(동부·룸메이트)
-회식할 때마다 분위기를 주도하시잖아요. 취한 걸 거의 못 본 것 같은데 주량이 어느 정도 되는지.
"대학 때는 주량에 자신이 있었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잘 마셨던 것 같아. 하지만 요즘은 많이 마시지 못해. 체력적으로 힘들고 결혼도 했잖아. 이상하게 밤 12시만 되면 집에 가고 싶더라. 술 마실수록 말도 없어지고 힘도 빠져. 팀 후배들과 밤새 진솔한 이야기도 하고 싶은데 잘 안되네. 시즌 끝나고 그런 자리 한 번 만들어보자."
서장훈(LG·김주성의 롤 모델)
-팀 내 고참 선수로 고생이 많다. 은퇴 후 계획을 슬슬 세워야할 것 같은데, 어떤 길을 걷고 싶어.
"저는 지도자가 되고 싶어요. 평생 배운 농구를 후배들에게 전파하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또 농구만큼 재밌는 운동도 없는 것 같아요. 은퇴 후에는 코치 수업도 밟으면서 감독까지 해보고 싶네요. 요즘에는 나만의 전술도 구상하는 중이에요."
전태풍(KCC·대표팀 후배)
-저는 올 시즌이 끝나면 팀을 옮겨야해요. 그래서 고민이 많아요. 형도 올 시즌이 끝나고 자유계약선수(FA)가 되는데 저에게 현명한 조언을 해주세요.
"올 시즌도 잘하고 있으니 큰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아. 어떤 팀에 가도 최고의 가드가 될 거라고 생각해. 한 가지 주의해야할 점은 '내가 팀에 녹아든다'는 생각을 가지고 노력을 해야한다는 것이야. 태풍이는 워낙 성격이 좋아서 어디서든 잘 적응할 것이라고 믿어."
-"블록슛 왜 이렇게 잘해요? 전 다리가 짧아서 블록슛 못해요"-
요새 늙어서 잘못하고 있는데 뭘 본거야. 하하. 그냥 열심히 공만 쫓다 보면 하나 걸리는 거야. 무리하면 파울이 나오니까 최대한 자연스러운 상황에서만 블록슛을 노리지. 근데 태풍이 너 나한테 블록슛 당한 적 있니? 한 번도 못해본 것 같은데…. 경기장에서 보자."
양동근(모비스·대표팀 후배)
-대표팀 다녀오면 체력적으로 너무 힘든 것 같아요. 형은 어떻게 체력을 관리하기에 그렇게 펄펄 날아다니십니까. 또 언제까지 뛰실 생각인가요.
"너도 알다시피 정든 코트를 떠난다는 게 쉽지 않다. 물론 아직까지 은퇴는 생각을 안 하고 있지. 체력이 되는 한 끝까지 농구를 하고 싶어. 그리고 체력관리? 동근아. 네가 더 잘하면서 뭘 새삼스럽게 물어보니. 웨이트 트레이닝을 꾸준히 하고 잠을 많이 자는 걸로 체력을 보충하다. 다음에는 네 비결도 좀 들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