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는 올 시즌 총 6명의 선수가 골든글러브 후보자 명단에 올랐다. 홍성흔(지명타자) 이대호(1루수) 강민호(포수) 황재균(3루수) 전준우·손아섭(이상 외야수)까지 객관적 성적과 기량이 뛰어난 선수만 모였다. 하지만 상 앞에서는 자신도 모르게 작아진다.
롯데의 납회식 행사가 열렸던 지난달 30일 경남 통영에서는 황금장갑을 향한 눈물겨운 '유세전'이 펼쳐졌다. 이름하여 '골든글러브 쟁취 세일즈 대회'.
가장 적극적인 선수는 전임 주장 홍성흔이었다. 정치가 못지않은 언변으로 좌중을 웃겼다. 투표권을 가진 미디어 관계자들을 찾은 그는 "골든글러브 투표가 얼마 남지 않았다. 소중한 한 표를 반드시 '나에게' 행사해 달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양손을 공손히 모은 홍성흔은 "지난 시즌 주장을 하면서 애를 먹었다. 개인적으로 마지막에 '묵언수행'을 한다며 언론에 소홀히 한 점이 뼈 아프다"며 반성을 했다. 공약도 내걸었다. "이곳에 계신 유권자(?)들께 약속드린다. 내년에는 절대 '묵언수행'따위 없을 것이다. 사실 나도 말하지 못해서 답답했다."
1루수 부문 후보인 이대호는 자신만만했다. 올 시즌 133경기에 풀타임 출장해 타율 3할5푼7리 176안타 27홈런 113타점을 기록했다. 같은 부문에서 경쟁하는 김동주(두산)이나, 박용택(LG)보다 월등하게 앞서는 성적이다. 그는 "쑥스럽다. 객관적으로 평가를 부탁한다"며 머리만 긁적였다. 대신 '서비스'를 제대로 했다.
이날 열린 레크리에이션 시간에 선수단과 미디어 관계자들을 모아놓고 노래를 불렀다. 트로트 '무조건'에 맞춰 덩실덩실 춤도 췄다. "무조건 골든글러브를 타고, 오릭스에 간다"는 뜻이 녹아있다고 한다.
황재균은 진지했다. 그는 "황금장갑 한 번 받아보고 싶다. 잘 부탁한다"면서 미소를 짓다가도 함께 후보에 오른 다른 선수 이야기가 나오면 시무룩해 졌다. 그는 "SK최정과 삼성 박석민이 경쟁자다. 너무 막강하다"며 한숨쉬었다.
곧 새신랑이 되는 전준우는 "올해 포토제닉에 오른 사진 모델이 나라고 들었다. 기왕 주시는 거 황금장갑도 함께 달라"며 밝게 웃었다. 손아섭은 만나는 사람마다 손을 잡고 "여러분 사랑합니다. 꼭 받고 싶습니다. 제 생애 첫 골든글러브입니다"라며 간절한 마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