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단칸방 사무실에서 시작한 넥슨이 17년만에 세계적인 게임회사로 성장했다. 일본 주식시장에 성장, 시가총액 8조원대의 거대 회사가 되면서 액티비전블리자드·EA 등 세계적인 게임회사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국내 게임회사 중 해외에서 이 정도로 평가받은 것은 넥슨이 처음으로 한국 게임의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그러나 넥슨이 세계적인 게임회사로서 풀어가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
◇8조원대 거대 게임사 탄생
14일 도쿄증권거래소에서 넥슨 주식이 본격적으로 거래된다. 넥슨의 공모가는 주당 1300엔(1만9181원, 11일 환율 100엔당 1475.5원)이다. 이에 따라 넥슨의 시가총액은 5530억엔(8조1567억원)에 달한다. 이는 올해 일본 기업공개 중 최대 규모이며 세계적인 게임회사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세계 빅2 게임회사로 꼽히는 액티비전블리자드와 EA가 각각 140억달러(16조원), 75억달러(8조5950억원)이다. 특히 넥슨은 이번 상장으로 910억엔(1조30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하게 됐다. 넥슨이 자체 보유하고 있는 것을 합치면 2조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넥슨 창업주인 김정주 NXC(옛 넥슨홀딩스) 대표도 2000년말 12억원에서 3조원의 거부가 됐다. 국내 주식부자 1위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8조5000억원)이며 2위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7조1000억원), 3위 최태원 SK그룹 회장(3조원 안팎)으로 김 대표는 단숨에 3, 4위에 오르게 됐다.
◇6년 준비 끝에 성장
넥슨이 상장을 추진한 것은 2005년쯤. 그 전까지만 해도 게임사업이 잘 되고 있고 자금도 충분해 상장의 필요성이 크게 제기되지 않았다. 그러나 글로벌 게임회사로 성장하는데 있어 한계를 느끼면서 상장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 해 9월 투자부문인 넥슨홀딩스(현 NXC)와 게임사업부문인 넥슨으로 기업을 분할하고 10월 넥슨의 지분 100%를 넥슨 일본법인에 매각했다. 회사를 김정주 창업주의 넥슨홀딩스 밑에 넥슨재팬을, 그 밑에 넥슨코리아를 두는 지주회사 구조로 만들어 일본 상장을 추진한다.
넥슨은 한국이 아니라 일본 상장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 "세계적으로 존재감을 늘리기 위한 전략적인 결단"이라고 밝혔다. 여러 글로벌 게임 업체들을 키워온 전통적인 게임강국 일본에서 기업을 공개하고 글로벌 게임업체로서의 입지를 다져가는 것 자체로서 많은 의미가 있다는 것. 또 상장의 목적인 원활한 자금조달에 있어서도 한국에 비해 유리하다는 판단도 있었다.
넥슨은 상장을 준비하며 많은 게임회사를 인수했다. 넥슨의 대표적인 게임인 '메이플스토리’의 위젯을 비롯해 ‘던전앤파이터’의 네오플, ‘아틀란티카’의 엔도어즈, ‘서든어택’의 게임하이 등이다. 이같은 M&A와 주력 게임들의 국내외 선전으로 연 매출 1조원대를 바라보는 게임회사가 됐으며 일본에서 8조원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하지만 넥슨은 이 과정에서 게임회사라기보다는 M&A 전문회사라는 비난을 받아야 했다.
◇앞으로의 과제는
넥슨은 이번 상장으로 글로벌 게임회사로의 첫 발을 내딛었다.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얘기다. 특히 일본에서 최고의 게임회사에 올라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번 상장으로 확보한 막대한 자금을 잘 활용해야 한다. 넥슨 관계자는 "신규 라인업 강화를 위한 게임 IP에 지속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여기에는 외부 개발사의 새로운 게임을 퍼블리싱하거나 개발사 및 게임에 투자하는 것이 포함돼 있다.
넥슨은 또 국내 부정적인 인식을 해소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넥슨의 뿌리는 한국인데 넥슨재팬으로 일본에 상장한 것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또 최근 대규모 해킹 사건에 대한 넥슨의 대응이 글로벌 기업이라고 하기에는 실망스러운 수준. 넥슨이 커진 몸집 만큼 글로벌 게임회사로서의 내실을 갖추는 것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