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에서 정상에 등극하기위해 적용되는 법칙이 있다. ‘1만 시간의 법칙’이 바로 그것이다. 음악 프로듀서 출신인 신경과학자 다이엘 레비틴(Daniel Levitin)이 주장한 이 법칙은 어떤 분야에서든 세계적인 수준 즉 최정상에 오르기 위해서는 최소 1만 시간의 연습이 필요하다는 원리다.
그는 2006년에 출간된 ‘뇌의 왈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강박(원제: This is your brain on music)이란 과학책 저자로 우리에게 더 잘 알려져 있는 인지 심리학자이자 캐나다출신 베스트셀러 작가다.
1000번의 실험실패 후 백열전구를 발명한 에디슨, 시대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스티브 잡스, 고교 졸업 후 생활비를 벌기위해 시작한 골프에서 악착같이 연습해 PGA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양용은을 비롯해 피겨 여왕 김연아와 박지성 등 각 분야에서 세계 정상에 우뚝 선 유명인들은 모두 1만 시간의 법칙에 적용되는 인물이라는 것이다.
1만 시간을 채우기 위해서는 하루 3시간씩 꼬박 10년의 세월이 필요하다. 욕심을 부려 하루 12시간씩 파고들면 2년 5개월이면 채울 수 있다. 이 대목에서 의견이 갈리게 된다. 천재성을 갖고 있는 사람과 보통 사람 사이에는 정상에 등극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상당히 차이가 날 것이란 개연성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런 개연성은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그렇지 않다. 천재성을 갖고 있으면 이해하고 습득하는 시간이 비교적 빠르기 때문에 쉽게 싫증을 느끼곤 한다. 결국 천재성 때문에 정상에 오르지 못하고 도태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반면 처음에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지만 꾸준히 파고든 사람은 1만 시간이 가까워지면서 서서히 정상의 감각을 느끼게 된다. 이렇게 힘들게 이룬 경우는 그간의 노력과 시간이 아까워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계속 끝을 보기위해 노력하기 때문이다.
이런 사례를 뒷받침하는 연구는 수없이 많다. 1990년대 심리학자 앤더슨 에릭슨이 베를린 음악 아카데미 학생들을 대상으로 ‘재능 논쟁의 사례A’라는 연구결과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는 세계적 바이올린 스페셜리스트로서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엘리트 그룹’과 잘한다고 평가를 받는 ‘우등생 그룹’ 그리고 프로급 연주를 해본 적이 없지만 음악교사가 꿈인 ‘일반학생 그룹’으로 나눠 조사했다.
세 그룹의 학생들에게 바이올린을 시작한 시기와 연습 시간에 대해 물었다. 세 그룹의 학생들은 대략 5세 전후로 바이올린을 시작한 시기는 비슷하게 조사됐다. 하지만 이들이 20세 정도가 됐을 무렵에는 연습시간에 상당한 차이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엘리트 그룹은 1만 시간에 가까웠으며 우등생 그룹은 8000시간으로 낮게 조사됐다. 일반학생 그룹은 고작 4000시간을 연습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연구결과는 음악분야에서조차 연습시간에 비례해 실력이 결정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승마 역시 노력하지 않고 말의 등급에만 의존해 세계적인 수준의 기수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은 몽상이다. 자신의 기승시간이 최소 1만 시간이 되지 않았다면 아직도 세계 정상의 길은 멀었다고 생각하는 것이 옳은 판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