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건이 주연한 한국형 블록버스터 '마이웨이'(강제규 감독)가 작년 12월 21일 개봉 후 지난 주말까지 3주간 약 188만명(영화진흥위원회 집계)을 동원하는데 그쳐 '흥행 참패론'이 불거지고 있다. 순제작비 280억원이 투입된 작품이어서 1000만명은 들어야 손익분기점에 다다를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수준이다. 흥행보증수표로 불리던 장동건에게는 큰 오점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장동건의 저조한 흥행성적은 이번만의 일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더욱 염려를 낳고 있다. 자타공인 최고의 톱스타 장동건이 기로에 섰다.
▲흥행보증수표에서 흥행미지수로
장동건은 최근 연달아 흥행의 쓴맛을 봤다. '마이웨이'에 앞서 2010년 개봉된 '워리어스 웨이'의 성적은 더욱 처참했다.
마찬가지로 수백억원이 투입된 글로벌 프로젝트였다. 그러나 국내 관객동원은 50만명에도 못미쳤다. 그야말로 '재앙'이었다.
'워리어스 웨이'도 처음엔 할리우드 기술력 등의 알려지며 큰 관심을 모았다. 장동건이 동양의 절대 무술고수로 등장해 강렬한 카리스마를 기대했다. 하지만 눈에 거슬리는 CG(컴퓨터 그래픽)와 뻔한 스토리가 관객의 외면을 받았다. 장동건은 너무 멋지게만 나왔다.
최근 10년간의 작품을 살펴봐도 흥행과는 거리가 있다. 2009년의 '굿모닝 프레지던트'가 258만여명의 관객몰이와 화제를 낳은 걸 제외하곤 대체로 당초 기대를 밑돌았다.
곽경택 감독의 블록버스터였던 '태풍'(05)이 409만여명, 중국과의 합작품 '무극'이 79만여명, 김기덕 감독의 '해안선'(02)이 30만여명이었다. 1174만여명의 '태극기 휘날리며'(04)가 기록을 세웠을 뿐 다른 작품들은 손익분기점을 맞추기에 급급했다.
▲장동건 흥행부진 왜?
그렇다면 최고의 흥행 빅카드였던 장동건의 흥행전선에는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영화계 전문가들은 대체로 2가지점을 지적하고 있다. 하나는 블록버스터를 고집하는 작품 선택, 다른 하나는 너무나 멋진 캐릭터의 아이러니다. 장동건은 그동안 참여했다하면 모두 블록버스터였다. '마이웨이'가 한국영화 사상 유례가 없는 280억원의 초대작이고 '워리어스 웨이'는 한·미합작, '무극'은 한·중합작이었다. '태풍'에도 적지 않은 돈이 들어갔다.
돈이 많이 들어가면 그만큼 손익분기점은 올라가게 된다. 한국영화의 제작환경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데에는 일부분 영향을 미쳤으나 흥행참패에 따른 후유증이 훨씬 컸다.
장동건이 극중에서 맡아온 캐릭터도 너무 멋지기만 했다. '마이웨이'에서 마라토너를 꿈꾸는 조선 청년 준식은 '바른생활 사나이'의 표상이다. 지옥같은 전쟁통에도 신념을 굽히지 않는다. 인간의 본성이 드러나는 전쟁터에 내동이쳐진 인물치곤 너무 이상적이다.
실제로 장동건은 악역 또는 어깨에 힘을 뺀 역할에서 보다 큰 호응을 얻었다. '인정사정 볼 것 없다'(99)의 신참 형사, '친구'(01)의 조폭 2인자, '해안선'(02)의 광적인 해병, 그리고 작품의 무게를 3분의 1만 짊어진 '굿모닝 프레지던트'가 호평받았다.
▲장동건 향후의 선택은?
따라서 장동건의 향후의 선택에 다시금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위기의 순간이기 때문이다.
영화계 관계자들은 "작품 선택을 두려워하지 말고 캐릭터 선택을 좀더 다양화할 것"을 조언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장동건이 참여한 작품은 고작 7편. 작은 영화에도 참여해 흥행 리스크를 분산하는 것도 방법 중의 하나다.
두번째는 드라마로의 유턴이다. 장동건이 마지막으로 출연했던 드라마는 2000년 '이브의 모든 것'이었다. 지난 12년간 TV 시청자와 떨어져 있었다. 영화보다 더 팬 친화적인 드라마를 통해 흥행부진의 고리를 끊는 것도 해볼만한 방법으로 제시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