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폐셜올림픽①] 스노우슈잉 날쌘돌이 최원빈



(최)원빈(19·은평대영학교)이는 몸이 날쌔 달리기를 잘했다. 스폐셜겨울올림픽(한국대회) 스노슈잉 종목의 선수를 찾던 은평 대영학교(특수학교) 선생님들은 날렵한 원빈이를 출전 선수로 낙점했다.

2008년 당시 열 여섯이던 원빈인 용평에서 열린 스폐셜겨울올림픽 스노우슈잉 100m종목에서 1등을 차지했다. 라인을 잘 지켜 앞만 보고 달린 결과였다. 그리고 이듬해 미국 아이다호에서 열린 스페셜겨울올림픽 세계대회에 한국 대표 자격으로 참가했다.

◇ 부모의 눈을 마주치지 못하는 아이

최원빈은 지적장애인(2급) 선수다. 태어난 지 8개월이 지나도 아이가 부모와 눈을 마주치지 못하자 어머니 안은경(45) 씨는 아이에게 장애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생후 36개월 전까진 정식 진단을 내릴 수 없어 원빈인 만 3세가 돼서야 지적장애 판정을 받았다. 어렸을 땐 나아질 수 있을 거라는 희망에 여기저기 치료를 받으러 다녔지만 원빈이가 중학생이 되자 어머니 안씨는 더 이상 치료에 얽매이기 않기도 했다. 그 보다는 원빈이가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주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수영이었다. 평소 예민한 모습을 보이다가도 원빈인 물속에만 들어가면 안정을 찾았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하루도 쉬지 않고 매일 2시간씩 수영장에서 수업을 받았다. 스페셜올림픽(여름대회)에도 처음엔 수영 선수로 출전했다. 그러다 원빈이가 다니던 은평 대영학교에서 겨울올림픽에도 나가보자고 권유를 했고, 그렇게 스노우슈즈(스노우슈잉을 할 때 신는 신발)를 신게 됐다.

◇ 처음 나간 스노우슈잉에서 1등

원빈이도 어머니 안 씨도 처음엔 스노우슈잉이 뭔지도 몰랐다. 눈 위에서 신발(스노우슈즈)을 신고 걸으면 된다기에 위험한 운동은 아니겠거니 했다. 마땅히 훈련을 할 장소도 없어 지상 훈련과 물속에서 걷는 훈련으로 대회를 준비했다. 스노우슈즈라는 장비도 대회에 가서 처음으로 봤다. 스노우슈즈를 신겨준 뒤 달리라고 하자 원빈인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침착하게 잘 뛰었다.

그리고 처음나간 스노우슈잉 경기(2008 스폐셜겨울올림픽 한국대회)에서 100m 우승을 차지했다. 어머니 안 씨는 “원래 원빈이의 실력이 아주 뛰어났던 건 아니다”면서도 “원빈이가 집중력이 좋다. 옆에서 누가 뭐라고 하든 그저 자기 것에만 집중하다 보니 연습이나 실전이나 실력이 똑같다”고 했다.

일반인 선수들도 대회에 나오면 긴장을 하듯, 지적장애인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정도에 있어선 더 심한 편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지켜보는 데다 옆에서 뛰는 선수에게도 신경이 쓰여 상당수가 자기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그래서 스폐셜올림픽에선 예선 성적과 실전 성적이 15%이상 차이가 나면 해당 선수를 실격 처리하는 규정이 있다. 연습이나 예선, 실전에서 한결같은 모습을 보이는 원빈인 선수로서 큰 장점을 지닌 셈이다.

◇ 여름과 겨울 대회 모두 나가요

어머니 안씨는 “원빈이 뿐 아니라 운동을 하는 지적장애아들 대부분이 (스폐셜올림픽) 여름과 겨울 대회를 모두 나간다. 처음엔 몰랐는데 대회에 가서 보니 여름에 봤던 선수를 겨울에 또 보게 되더라”고 했다. 실제 원빈이가 훈련하는 은평 천사원 재활센터엔 여름과 겨울 대회에 동시에 출전는 선수들이 여럿 있었다. 대부분 여름엔 수영 선수나 축구 선수로 뛰고, 겨울엔 스노우슈잉을 했다. 안씨는 “지적장애아들이 운동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기 때문이 아니겠냐”고 했다.

그러면서 대회 조직위원회에 섬세한 배려를 부탁했다. 안씨는 “아무래도 낯선 환경에서 낯선 사람들과 있다 보면 지적장애아들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다”며 “부모들이 대회에 동반하거나 평소 지도를 받는 코치 선생님과 함께 대회에 참가할 수 있도록 지원이 이뤄졌으면 한다”고 전했다.

손애성 기자 iver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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