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불륜 상황에 빠져있는 여성으로부터 상담 메일을 받는다. 섣부르게 설교할 생각은 없다. 인간이 일부일처제에 알맞지 않다는 ‘진화생물학적’ 주장은 수많은 책에 있다. 그렇다고 불륜을 옹호하거나 선동하는 것은 아니다. 어차피 불륜을 선택하는 남자와 여자는 권유와 상관없이 알아서들 할 것이다.
20대 초반의 여성이 불륜을 택하는 것은 사랑을 추구해서라기 보단 자신의 젊음을 이용하려는 경향이 높다. 비교적 손쉽게 얻을 수 있는 물질적 혜택을 위해서다. 애초에 이해 타산적이고 수가 밝은, 이를테면 빨리 세상물정을 알아버린 유형이라고 할 수 있다. 세상이 자신이 생각한 것보다 만만찮은 것임을 알아차리거나, 젊음이라는 자본이 다하기 전에는 특별한 문제 의식을 갖지 못한다.
연애 경험이랄 게 별로 없는 20대 중반의 여성, 특히 아버지의 부재를 경험하며 자란 경우에는 직장에서 상사와 불륜에 빠지기 쉽다. 가정적이고, 다감하고, 의지할 수 있는 남자를 보며 사랑과 결혼생활에 대한 환상을 키워나간 탓이다. 하지만 그 사람과 할 수 있는 것은 섹스일 뿐 소망하는 것을 이룰 순 없다. 불륜 관계 속에서 자괴감을 가장 많이 느낄 뿐이다. 상담메일의 다수다.
‘불륜이 로맨스가 될 수 있다’고 믿는 순진하고 어리석은 태도에 대해서만 조언하고 싶다. 문제는 스스로가 더 잘 알고 있다. 사랑이란 감정에 모험할 수 있는 남자였다면 진작 부인을 떠났을 것이다. 영악한 남자들은 자신을 보필할 부인과 섹스할 여자를 갖고 싶은 충동을 즐길 뿐이다. 일상의 무료함을 불륜 관계의 긴장감으로 달래고, 건강하지 못한 정신이 저지른 일탈 같은 것으로 여긴다. 이를 사랑이라 믿고 싶고, 가지지 못하는 것을 욕망하는 것이다.
30대 여성의 불륜은 어쩌다보니 마음에 든 남자가 유부남인 거다. 몇 번의 연애로 어차피 사랑이란 유통기한이 있는 호르몬의 작용임을 알지만 고개를 들어 살펴보니 주변의 남자들은 시시하기 짝이 없고, 그나마 괜찮다고 생각하는 남자들은 이미 결혼을 해버린 상태다. 그녀들은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정확히 알기에 상처를 덜 입는다.
어떤 유형으로 나누든 금기되고 부적절한 것에서 오는 쾌감의 요소가 섹스에 작용할 뿐이다. 그녀들 내부에 간절한 사랑의 욕구는 불륜으로 결코 채워질 수 없다. 사랑이 아니라 사람의 체온이나 섹스가 필요해서 그런 관계를 맺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면, 스스로를 속이고만 있지 않다면 나는 그 선택을 지켜볼 뿐이다.
▶현정씨는?
사랑과 섹스에 대한 소녀적인 판타지가 넘치지만 생각 보다는 바람직한 섹스를 즐기는 30대 초반의 여성이다.
블로그 '생각보다 바람직한 현정씨'[desirable-h.tistory.com]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