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서울YMCA가 유명 아웃도어 제품의 해외 본사 홈페이지 가격과 국내 소비자가를 비교 발표(표 참조)해 논란이 일고 있다. YMCA는 노스페이스(미국)·컬럼비아(미국)·마무트(스위스)·아크테릭스(캐나다)·몽벨(일본) 등 5개 브랜드 23개 제품 가격에 대해 ‘고어텍스 의류는 외국에 비해 42.9%~89.3% 높았고, 신발은 평균 88.3% 높게 나왔다’고 지적하며 합리적인 가격으로 조정할 것을 요구했다. 업계는 곤혹스런 표정이 역력하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아웃도어 의류가 지나치게 비싼 것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이 끊이지 않은 가운데 이런 주장이 나왔기 때문이다.
업계, 객관적 조사 아니다 강변
서울YMCA는 자원봉사자를 이용해 외국 본사 홈페이지에 올라있는 쇼핑몰 가격(7일 기준환율 적용)과 국내 공식 쇼핑몰 판매가를 단순 비교했다. 이에대해 아크테릭스의 한국 딜러 정호진 넬슨코리아 대표는 “본사가 있는 캐나다·미국 마켓은 상대적으로 쌀 수 밖에 없다. 운송비·관세·부가가치세가 소비자가의 25% 정도다. 프랑스 샤모니 매장은 한국보다 더 비싼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아크테릭스 고어텍스(알파 SV) 자켓은 캐나다에서 650달러(73만2000원), 한국에서 113만9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조사 대상 중 가장 큰 가격차를 보인 마무트 고어텍스(아드레날린) 자켓은 미국에서는 579달러(64만9900원)이지만 국내 판매가는 123만원이다. 김용엽 마무트코리아 상무는 “미국 마켓은 현재 오프시즌 세일 중이며, 우리도 곧 세일에 들어가면 20~30% 정도 낮아질 것”이라고 했다. 아크테릭스·마무트·몬츄라(이탈리아)·파타고니아(미국)·하그로프스(스웨덴) 등은 소위 ‘프리미엄아웃도어’로 외국에서는 전문 등반가들이 주로 입는 옷이다.
노스페이스의 옷값은 상대적으로 차이가 덜 났다. 노스페이스의 스테디셀러 ‘눕시2’는 미국에서 199달러(22만3400원), 한국에서 25만원에 팔리고 있다. 남성용 아콘카구아 자켓은 해외에서 149달러(16만7300원)인 반면 국내 판매가는 32만원에 달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사입’ 유통 구조와 ‘규모의 경제’ 덕분이라고 설명이다. 사입은 대리점에서 제품을 받아갈 때 본사에 미리 선금을 지불하는 방식이다. 이 관계자는 “사입으로 판매하면 본사는 재고 부담이 거의 없다. 그래서 본사 마진을 낮게 잡을 수 있다”고 했다. 나머지 대다수 브랜드는 대리점에 위탁 판매한다. 한편, 노스페이스 측은 YMCA 발표에 대해 "비교한 품목 중 아콘카구아 자켓은 한국과 미국 제품이 소재가 다르다”고 해명했다.
판매가는 원가의 최고 4배
그러나 업계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아웃도어 브랜드가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의혹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의류 제품은 원가(공장도가)에 본사 마진을 붙인 ‘출고 가격’이 정해진다. 도매 가격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 소매점((Retailer) 마진을 더한 소비자 가격으로 팔린다.
그 과정을 역순으로 짚어보면 이렇다. 아웃도어 업계의 소매점(전문장비점·대리점·백화점) 마진은 32~40% 선이다. 20만원짜리 자켓을 예로 들면 약 12만원(소매 마진 40%의 경우)이 출고 가격이다. 12만원 출고가 중 본사 마진이 약 60% 차지한다는 게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해외 수입품의 경우 본사 마진이 35% 선이다. 본사마진은 업계에서 ‘기획마진’으로 불리는데 이는 소비가 가격을 결정하는 기준이 된다. 기획마진 60%를 적용할 경우, 20만원 자켓의 원가는 약 4만8000원 선이 되는 셈이다. 어림잡아 원가의 4배다. 아웃도어 업계에서는 ‘고민 할 것 없이 원가에 곱하기 4를 하면 소비자가 된다’는 말이 통설이 됐다. 업계에서 10여 년 넘게 일한 한 관계자는 “몇년 전 만해도 3.2배 내지 3.3배였는데, 근래 4배까지 높아졌다”고 털어놨다. 이에 대해 아웃도어 업계 CEO들은 “우리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신사복이나 숙녀복 복종은 5배에서 10배까지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아웃도어를 포함해 의류 제품은 대개 3단계로 판매된다. 백화점·대리점에서 정가로 판매되며, 이후 아울렛 매장에서 30% 이상 할인된 가격에 팔린다. 하지만 두 단계를 거쳐도 재고율이 30%에 달한다. 그래서 온라인마켓 등에 최초 정가의 50% 이상 할인된 가격으로 등장하게 되는 것이다. 30만원을 웃돌던 다운자켓이 시즌이 끝나갈 즈음, 온라인에 10만원에 등장할 수 있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