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에서 열리고 있는 두산의 스프링캠프에서 경쟁이 가장 치열한 곳은 2루다. 지난해 개인 최고의 시즌을 보낸 오재원(27)과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국민 2익수'로 활약했던 고영민(28)이 주전자리를 놓고 한판 승부를 벌인다. 프로의 세계, 두 사람 모두 물러설 생각이 없다.
작년 영광 다시 한 번
오재원에게 2011년은 평생 잊지 못할 해였다. 모든 면에서 완벽했다. 주전 2루수로서 타율 0.277(129안타·73득점)을 올리며 데뷔 후 최고 성적을 올렸다. 2007년 입단 후 단 한 번도 때리지 못했던 홈런을 6개나 몰아치며 숨겨왔던 장타력도 유감없이 발휘했다.
생애 첫 타이틀 홀더의 영광도 얻었다. '대도' 이대형(29·LG)을 누르고 도루왕 자리에 올랐다. 오재원은 지난 시즌 46차례나 루를 훔치며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성적이 오르면 연봉도 오르는 법. 오재원은 이번 시즌 전년도보다 71%나 인상된 1억4500만 원에 재계약하며 첫 억대 연봉에 진입했다.
올해는 지난 시즌 거둔 성과에 대해 '굳히기'에 나선다. 오재원은 "주전 2루수가 목표다. 팀 우승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도루왕 타이틀 역시 놓치고 싶지 않다. 오재원은 이번 비시즌 동안 체중을 5㎏가량 불렸다.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하체 근육량을 늘렸고, 불필요한 체지방은 쏙 뺐다. 선배 이종욱의 "날씬하다고 주루 플레이를 잘 하는 것이 아니다. 다리 근육이 탄탄해야 한다"는 조언을 따랐다. 오재원은 "지난해 129경기를 소화하면서 체력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체력 보강 훈련도 열심히 소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버지의 이름으로
고영민은 지난해 12월 서혜연씨와 결혼식을 올렸다. 두 사람이 한 지붕 아래서 살기 시작한 건 4년 전부터다. 그러나 성적 부진 등을 이유로 식을 미루다가 지난해에서야 화촉을 밝혔다.
가족만큼 든든한 지원군이 또 없다. 고영민은 지난 시즌을 마친 뒤 아내가 싸준 도시락을 먹으며 개인 훈련에 몰두했다. 그 사이 아들 태원군도 얻었다. 그는 "아들과 아내 생각을 하면서 즐거운 마음으로 훈련하고 있다. 야구장에서 100% 뛸 수 있는 몸 상태를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라고 말했다.
임진년에는 2008년의 명성을 되찾고 싶다. 2007년 타율 0.268를 기록한 그는 이듬해 베이징 올림픽 국가대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2루수이면서도 우익수 방향까지 수비 범위가 넓다고 해서 '2익수(2루수+우익수)'라는 애칭도 얻었다. 하지만 2009년 이후 매년 성적이 떨어졌다. 1할대 타율을 기록 중이던 지난해 6월에는 2군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그 사이 주전 2루수 자리를 오재원에게 내줬다. 고영민은 "이제 아빠가 됐다. 가장의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올해에는 풀타임 출장과 함께 8개 구단 중 최고의 2루수 자리를 탈환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