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우는 작년 5월 26일 개최된 제47회 백상예술대상(이하 백상) 시상식 때 깜짝 공약을 했다. 전년도 영화부문 남자 최우수연기상 수상자로서 시상자 자격으로 무대에 올랐다가 수상자 발표 직전에 "만약 올해도 상을 받는다면 국토종단을 하겠다"고 했던 것. 그런데 수상자의 이름이 적힌 카드를 열어본 하정우는 매우 놀란 표정을 지었고, 그는 '황해'로 다시 한번 영화부문 남자 최우수연기상의 주인공이 됐다. 결국 그는 작년 11월에 자신의 공약을 실천에 옮겼다.
"예, 참 힘들었습니다. 작년 11월 15일부터 12월 4일까지 약 20일 동안 걸어서 서울에서 해남 땅끝마을까지 갔어요."
-몇명이나 참여했나요.
"'러브 픽션' 촬영 이후라 공효진씨가 특별히 참여해줬고요. 그밖에 '범죄와의 전쟁'의 김성균씨, 제 친동생이자 배우인 차현우군, 그리고 신인배우 등 총 18명이 함께 했습니다."(사진 2장 참조)
-걸어간 루트가 어떻게 되나요.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출발해서 안양·화성·천안·공주·논산·광주·담양·해남으로 갔어요. 총 거리가 577㎞쯤 됩니다."
-그래서 '577 프로젝트'군요.
"네, 맞아요. 저랑 '577'이란 숫자가 인연이 깊네요. 거짓말 안하고 처음에 루트 답사차 서울에서 미터기를 '0'에 맞추고 출발해 해남까지 갔는데 정확히 577㎞가 나오더군요. 제 친구들이 운영하는 이곳이 바로 577이거든요. 그래서 고민없이 '577 프로젝트'로 정했어요."(웃음)
'577'은 원래 그가 무명시절에 살던 집 주소였다. 친구들과 하릴없이 모여서 시간을 보내던 아지트 같은 곳이었다. 나중에 그 친구들이 주점을 열면서 이름을 거기서 따왔고, 그게 국토대장정 프로젝트로 이어졌다.
-고생스러웠겠어요.
"하루에 적어도 25㎞, 많으면 55㎞씩 걸었는데요. 모두들 진통제 먹으면서 걸어갔어요. 숙소도 변변치 않아서 학교 운동장, 교회, 성당 등에서 신세를 많이 졌어요. 배우로서 평소에는 결코 해 볼 수 없는 경험이었죠."(웃음)
-그래서 얻은 게 뭔가요.
"그 부분이 참 묘해요. 처음엔 완주를 하고 나면 뭔가 큰 깨달음이 있을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더라고요. 대신 뭐랄까? 걸을 때 순간순간 느꼈던 모든 것들이 새록새록 경험으로 다가왔어요. 수많은 감정의 반복을 느끼면서 '이런 게 인생이겠구나'하는 생각을 했어요. 힘들었지만 다른 분들께도 권하고 싶어요. 꼭 한번 해보세요."
-다큐멘터리로 개봉 예정이라고요.
"네, 아마 올 여름쯤 될 것 같네요."
▶구은애와의 결별설? "여자친구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연인 구은애씨와는 잘 지내고 있죠.
"네, 잘 있습니다. 지난번에 방송된 '강심장'도 보셨잖아요."
구은애는 최근 SBS '강심장'에 출연해 하정우와의 알콩달콩한 데이트 에피소드를 털어놨다. 처음 만날 때 "하정우의 첫인상이 무서웠다"는 것에서, '국가대표' 촬영 때는 자신을 만나기 위해 6시간을 달려온 일화를 공개해 부러움을 샀다. 두 사람은 정말 잘 어울리는 한쌍의 커플 모습이었다.
-그런데 잊을만하면 결별설이 나와서 그래요.
"그러게요. 저도 그 부분에 대해선 참… 나중에 기회가 있을 때 자세히 말씀드릴게요."(웃음)
-아버지 김용건씨는 요즘 하정우씨 활약 보고 뭐라고 하시나요.
"예전엔 제 영화 잘 못 보시다가 요즘엔 시사회 종종 오셔서 보고 가세요. '범죄와의 전쟁'도 보셨는데 나중에 그러시더라고요. '(최)민식이가 잘했네'라고요. 예전에 아버지가 최민식 선배와 함께 드라마 '서울의 달'에 출연하신 인연이 있어요."(웃음)
-동생 차현우씨에 대한 형의 평가는.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것 보고 매번 느껴요. 잘 해나가고 있구나 하고요."
-끝으로 미국 할리우드 진출 문제는 아직 두고 봐야하는거죠.
"맞아요. 저예산 영화인 '노캅스'와 블록버스터급의 '1950' 2편을 동시에 얘기 중인데 아직 확정된 것은 없어요. 좀더 시간을 두고 지켜볼 생각입니다. 그전에 '베를린'부터 찍어야죠."
하정우는 3월 말부터는 류승완 감독의 초대작 '베를린'에 합류한다. 5월 말까지 독일 베를린과 라트비아 등지에 머물며 현지 로케이션 촬영을 할 예정이다. 그는 "상대역인 전지현을 오늘 만났다. 무척 털털해보이더라"며 미소지었다. 그리고 늦은 무대인사를 떠나기에 앞서 마지막으로 막걸리 건배를 제안했다. 그는 "술을 마시는 시간은 가장 인간적이고 즐거운 시간인 것 같다"면서 "'러브 픽션' 끝나고 꼭 다시보자"고 기자와 손가락을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