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마 이름짓기가 사람보다 더 까다롭다. 사람들의 경우 부모들이 좋은 이름을 선호해 동명이인이 많이 있지만 경주마는 동명이마를 찾기 어렵다. 엄격한 규정 때문이다. 1년이 지나야 정식 이름을 갖는 경주마의 이름 등록규정을 살펴봤다.
엄하디엄한 ‘말 등록규정’
마명등록규정에 따르면 마명으로 사용할 수 없는 제한규정이 매우 많다. 이를테면 인기 정치인이나 TV스타 등 널리 알려진 공인의 이름(별호 포함)은 물론, 미풍양속을 저해하거나 과거 경주마로 활동했던 마필이름은 사용 할 수 없도록 규정되어 있다. 이름의 글자 수도 제한되어 있다. 한글은 두 글자에서 여섯 글자로 제한되며 외국산마필의 경우 한글로 8자까지 인정된다.
과거 서울경마공원에 ‘부움’이라는 웃지 못할 마명을 보유한 마필이 있었는데, 이 마필은 외국산 말로 수입 당시 마명이 ‘BOOM’이었다. 한글로 그대로 쓰면 ‘붐’이지만 등록규정상 한 글자로 된 마명을 사용할 수 없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부움’으로 등록하게 된 것. 또한 회사명, 상품명 등 영리를 위한 광고 선전의 의미를 나타내거나 예술 작품의 제목, 운동경기명 등도 제한받는다. 사람이름 처럼 현존하는 국가명도 사용이 엄격히 금지되고 있다.
사람의 경우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동명이인(同名異人)이 제법있지만 경주마의 경우 같은 이름이 존재할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마명등록규정상 경주마로 활동했던 마필의 이름은 사용이 철저하게 제한되기 때문인데, 등록규정에서는 ‘기 부여된 마명 또는 유명한 말의 마명과 동일하거나 혼동의 우려가 있는 것’은 마명으로 등록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또한 씨암말로 활동했던 마필은 사망 후 10년, 씨수말로 활동했던 마필은 사망 후 15년간 해당 마명의 이름을 사용할 수 없도록 막고 있다. 또한 국내에서 시행되는 대상경주의 우승마의 이름도 사망 후 10년까지 사용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개명, 사람보다 더 엄격
사람은 본인의 이름 때문에 주위의 놀림거리가 된다면, 혹은 개인 신변상의 사유로 법원에 개명을 신청하면 쉽게 개명할 수 있지만 경주마의 경우 한 번 부여된 마명을 바꾸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규정에서는 ‘불가피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경주에 출전하지 않은 말에 한해 1회 마명변경이 가능하도록 제한하고 있지만 여간해서는 ‘불가피함’을 인정 받기 힘들다.
한편 경주에 출전했던 이력이 있더라도 경마시행에 심각한 지장이 있을 경우에 한해 바꿀 수 있도록 하고는 있지만 케이스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드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