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손아섭(24)은 지금 부산에 머물러 있다. 동료들은 일본 가고시마 전지훈련을 한창 치르는 중. 하지만 손아섭은 지난 8일 1차 사이판 전훈에서 귀국한 뒤 인천공항에서 바로 부산으로 내려갔다. 오른 새끼발가락 염증이 덧났기 때문이다. 생살을 째고 고름을 긁어낸 뒤 봉합했다. 일상 생활에 심각한 지장이 있을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야구 선수인 손아섭에겐 훈련을 중단할 수밖에 없는 부상이다. 손아섭은 "참 안 풀린다"라고 말했다.
피할 수도 있는 부상이었다. 손아섭은 지난해부터 왼 어깨가 좋지 않았다. 이 때문에 1차 전훈에서 한동안 훈련을 중단하기도 했다. 손아섭은 "하필 훈련을 재개할 시점에 발가락이 이상했다. '아파서 쉬겠다'는 말을 또 하긴 싫었다. 그러다보니 상태가 악화됐다"고 말했다. 양승호 롯데 감독도 "그 녀석, 아프면 아프다고 할 것이지…"라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지난해에도 출발이 좋지 못했다. 3월19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한화와의 시범경기에서 손아섭은 수비 도중 점프 캐치를 하다 왼 발목을 접질렸다. 그 탓에 시즌 첫 경기도 4월19일에야 치를 수 있었다. 당시에 대해 손아섭은 "정말 경기에 뛰고 싶었다. '절박함'이라는 단어가 어떤 의미인지를 알게 됐다"고 회상했다.
2010년 손아섭은 데뷔 4년 만에 처음으로 규정 타석을 채운 3할 타자가 됐다. 2년차였던 2008년 80경기에서 타율 0.303을 기록했으나 이듬해 타율 1할대로 추락했던 경험이 있다. '한 해 반짝 선수'가 되기 싫었던 만큼 절박함은 더 컸다.
그 때문이었을까. 손아섭은 지난해 타율 0.326·15홈런·83타점으로 생애 최고 성적을 올리며 골든글러브 외야수가 됐다. 2012년엔 '팀이 필요할 때 해결해주는 타자가 되고 싶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올해도 지난해처럼 초반 운세가 좋지 않다. 회복이 순조로울 경우에도 가고시마 캠프에는 오는 20일쯤에야 합류할 수 있다.
손아섭은 "훈련을 하지 않으면 불안해하는 성격이다. 하루하루가 마음이 편치 않다"고 했다. 하지만 "어차피 한 번은 다쳐야 한다면 시즌 전인 지금이 오히려 낫다"고 말했다. 정상적인 훈련을 소화하지 못하는 상황. 손아섭은 왼 어깨 회복 운동이라도 제대로 하자고 마음먹고 있다. 그는 "하늘이 제게 원하는 걸 이루기 위해선 더 노력하라고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