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언 킹' 이동국(33)이 자신을 중용해 준 최강희 감독을 활짝 웃게 만들었다. 이동국은 2월 2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쿠웨이트와의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 최종전에서 후반 21분 선제 결승골을 터뜨렸다. 한국은 이동국과 이근호의 릴레이 골로 2-0으로 승리, B조 1위로 아시아 최종예선에 올랐다.
전반 내내 답답한 경기 내용은 실망스러웠다. 최강희 감독은 최전방에서 이동국과 박주영 투톱을 내세웠지만 두 선수의 호흡이 맞지 않았다. 오히려 공격 일변도로 나선 쿠웨이트에 허리싸움에서 밀렸고, 선제골을 내줄 위기를 수 차례 맞이했다. 자칫 쿠웨이트에 패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마저 엄습했다.
하지만 갖은 시련을 겪고 대표팀에 선승한 이동국이 위기의 순간에서 해결사 본능을 번득였다. 이동국은 후반 13분 한상운의 예리한 코너킥을 머리로 받아 골문을 노렸으나 빗나갔다. 아쉬움에 고개를 젖힌 이동국은 몇 분 지나지 않아 포효했다.
후반 19분, 오른쪽을 파고든 이근호가 한가운데로 올린 크로스를 김신욱이 슈팅을 시도했으나 빗맞고 뒤로 흘렀다. 빈 공간을 차지하고 있던 이동국이 통쾌한 왼발로 굳게 닫혔던 쿠웨이트 골망을 뒤흔들었다. 이동국은 두 팔을 벌리며 벤치쪽을 향해 뛰었고, 4만6551명이 들어찬 서울월드컵경기장은 떠나갈 듯 함성으로 뒤덮였다.
이동국의 골은 8년 전인 2004년 11월에 열린 몰디브와의 2006 독일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최종전과 오버랩됐다. 당시 한국이 몰디브에 비기거나 지고, 레바논이 베트남을 이기면 최종예선행은 물거품이 될 수 있었다. 쿠웨이트에 질 경우 최종예선 진출이 좌절되는 지금 상황과 똑같았다. 그해 3월 치욕의 무승부를 기록한 몰디브를 상대로 이동국은 후반 21분 선제골을 어시스트했고, 후반 34분에는 쐐기골을 터뜨리며 최종예선 진출을 확정지었다.
또 이동국은 쿠웨이트 킬러의 명성을 이어갔다. 이동국은 2004년 중국 아시안컵에서 쿠웨이트를 상대로 2골을 넣은 이동국은 2005년 독일월드컵 최종예선 쿠웨이트와의 두 차례 경기에서 각각 1골씩을 넣으며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골까지 쿠웨이트 상대로 4경기에서 5번째 골을 터뜨렸다.
이동국의 활약은 앞으로 최종예선에서 더 기대된다. 자신을 잘 아는 최강희 감독은 이동국을 향한 무한신뢰를 보이고 있다. 이동국은 최강희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후 우즈베키스탄전 2골, 쿠웨이트전 1골 등 2경기 3골로 최강희호의 해결사임을 입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