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제인나트륨 대신 무지방우유를 넣었다는 제품이 등장하면서 커피믹스 가격이 올랐다. 그러나 정작 카제인나트륨이 인체에 무해하다는 한국식품안전연구원의 발표가 나오면서 '가격을 올리기 위한 회사의 꼼수', '먹거리 안전성을 볼모로 한 상술'이라는 소비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카제인나트륨, 몸에 나쁘다?
12일 사단법인 한국식품안전연구원 소속 이광원 고려대 식품공학과 교수는 '카제인이 인체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발표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카제인은 유럽·호주·뉴질랜드 등 전 세계의 대부분 국가에서 1일허용섭취량이 정해져 있지 않은 안전한 식품 원료다.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도 카제인과 카제인나트륨을 안전한 식품첨가물로 분류하고 있다.
이 연구소가 카제인나트륨의 유·무해성에 관한 의견을 낸 것은 소비자 사이에서 카제인나트륨에 대한 불안이 지속됐기 때문이다. 남양유업은 2012년 12월 '프림까지 좋은 커피가 좋은 커피'란 문구를 내세워 '프렌치카페 카페믹스'를 출시했다. 남양은 TV와 신문 등을 통해 카제인나트륨보다는 무지방우유가 몸에 더 좋다는 의미의 광고를 내보냈다. TV광고 대사인 '그의 몸에 카제인나트륨이 좋을까, 우유가 좋을까' '커피는 좋아도 프림은 걱정된다. 프림까지 좋아야 좋은 커피' 등은 카제인나트륨이 건강에 해로울 수도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기에 충분하다는 게 전문가의 의견이다. 남양유업의 카제인나트륨 공세에 문제없다고 대응하던 동서식품도 올 2월 무지방우유를 넣은 '맥심 화이트 골드'를 내놨다.
논란 틈타 커피믹스 가격 인상
업체는 카제인나트륨을 뺀 커피믹스를 내놓으며 판매가를 올렸다. 소비자는 카제인나트륨의 유해성 여부를 판단할 틈도 없이 더 많은 값을 치러야 했다. 프렌치카페 카페믹스는 3500원(이하 20봉지 기준·판매가)으로 1봉에 175원 꼴이다. 이제까지 가장 많이 팔렸던 커피믹스 '맥심 모카골드'는 3250원 선이다. 동서식품의 맥심 화이트골드는 3600원으로 모카골드에 비해 350원이 비싸고 프렌치 카페 보다 100원이 더 비싸다. 동서식품의 제품의 무지방우유 함유량(1.3%·이하 1봉 기준)은 프렌치카페(0.8%)보다 0.5%포인트 더 함유돼 있다.
카제인나트륨이 인체에 무해하다는 발표가 나오자 소비자는 "두 회사의 배만 불려줬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실제로 한 대형마트 자료에 따르면 2011년 남양유업은 4%에서 22%까지 18%포인트 시장 점유율을 높였을 정도로 짭짤한 수익을 냈다.
서울 안암동에 사는 주부 박지수(38)씨는 "건강에 해로울 것 같아 값이 비싸지만 카제인나트륨을 뺀 제품을 구입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카제인나트륨이 인체에 유해하지 않다는 설명을 듣자 "일부러 비싼 걸 사도록 유도한 회사의 상술이라면 문제가 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을 보던 다른 주부 김연희(45)씨도 "유기농 채소를 사듯 비싸더라도 건강을 생각하는 게 소비자다. 이를 우롱한 것 아니냐"고 볼멘소리를 했다. 소비자들은 광고를 통해 카제인나트륨에 대한 불안감을 느꼈고, 값이 비싸더라도 무지방우유를 넣었다는 커피믹스를 구입한다고 전했다.
한국식품안전연구원 소속 이광원 고려대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안전이 입증된 걸 식품첨가물이라는 이유로 소비자에게 왜곡된 인식을 심어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남양·동서 '가격 인상은 당연'
두 업체는 모두 합당한 이유로 가격을 인상했다는 입장이다. 남양유업은 "무지방우유를 넣는 것이 제조비용이 더 든다. 제조원가 증가분에 비해 가격상승분은 3%로 미미하다"고 말했다. 또 "카제인나트륨보다 무지방우유가 든 커피가 건강에 좋다는 사실을 강조한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동서식품 측은 "무지방우유 때문이 아닌 커피와 자일로스 슈가가 비싸기 때문에 가격을 올렸다"고 해명했다.
*TIP- 카제인나트륨?
우유에서 분리된 카제인에 수산화나트륨을 첨가한 물질로 커피믹스에서 카제인과 물이 잘 섞이는 역할을 한다. 카제인은 우유에서 80%를 차지하고 있는 우유 단백질의 한 종류다. 카제인은 일반적으로 식품의 유화제·영양강화제로 사용된다. 두 물질 모두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일반적으로 안전한 물질’ 목록(GRAS)에 포함돼 있으며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도 몸에 해가 없는 식품첨가물로 허용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