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가지가 묘하게 닮은 구석이 있지 않은가. 1999년 SBS가 김희선·김석훈 주연의 드라마 '토마토' 방영을 앞두고 관련 상품 제작을 내게 의뢰해왔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상품은 요요였다. 부잣집 아들과 가난한 집 딸의 순탄치 않은 연애. 두 사람이 서로를 기다거리나 만나는 동안 요요를 떨어트렸다 거둬들였다 하면 특별하면서도 예쁜 그림이 나올 것 같았다. 국내 요요 사상 최고 인기를 누린 '김희선 요요'가 탄생한 계기였다.
내가 이 드라마를 위해 요요 제작을 제안했을 때, 제작진은 흔쾌히 받아들였다. 주인공들이 들고 다니기도 간편하고 행동하기도 좋을 것 같았다. 우리 직원에게 요요 다루는 법을 교육시켜 드라마 스태프와 김희선·김석훈에게 전수하도록 일산 탄현 세트장에 여러 번 보냈다.
요요는 봄철이면 기본적으로 팔리는 장난감이지만 나와 특별한 인연이 있었다. 나는 1990년 무렵 인기 애니메이션 '이상한 나라의 폴'에 등장하는 요요를 만들었다. 주인공 폴이 이상한 나라에서 대마왕과 대결할 때 사용하는 무기가 요요였다. 500원 짜리 동전만한 크기 정도의 귀여운 미니 요요로 어린이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1998년 무렵에는 좀 더 큰 '넛셀 요요'란 이름으로 미국 업체에 250만 개를 수출했다.
두 가지 요요를 제작하면서 노하우를 터득한 나는 고급 요요를 만들고 싶은 열망이 생겼다. 그래서 '토마토'에 들어갈 요요에 특별한 기능을 집어넣었다. 겉은 폴리 카보네이트란 재질로 둘러, 깨지지 않도록 했다. 돌릴 때 마다 빨간 불이 번쩍거리는 기능도 추가했다. 요요의 양면 껍데기를 반대 방향으로 틀면 알맹이가 빠지고, 거기에 배터리를 갈아낄 수 있도록 했다. 스냅을 주면 줄이 탁 걸렸다가 반동으로 구슬이 치고 올라 오도록 해 초보자도 쉽게 요요를 돌릴 수 있도록 고안했다. 특허권도 따냈다. 가격은 개당 6000원. 당시 출시된 요요 중 최고가였다.
드라마에서 김희선은 간단한 요요 기술만 구사하며 남자 친구가 그리우면 요요를 돌리곤 했다. 역시 남자 친구도 약속장소에서 여자친구를 기다리며 요요를 돌렸다. 시중에선 드라마 영향으로 요요 붐이 일어나 '김희선 요요'로 불리며 불티 나게 팔렸다. '김희선 요요'는 팬들이 자연스럽게 만든 이름이었다.
요요는 아주 매력적인 놀이다. 요요를 돌리는 동안 끈을 삼각형 등 여러 모양으로 만들면서 요요가 멈추지 않게 하는 긴장감에 희열을 느끼게 한다.
요요는 기업의 홍보에도 대단히 매력적인 매체가 될 수 있다. 특정 타이어 회사의 상표가 들어간, 타이어 모양의 몸체를 가진 요요를 상상해보라. 굴러가는 타이어 바퀴 두 개를 한 손으로 잡을 수 있다. 어느 회사든 제휴하여 요요 양면에 로고를 넣는다면 회사에선 최고의 홍보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요요 플레이어는 놀면서 매일 그 이름을 보게 될 거다. 더 나아가 '김희선 요요'의 업그레이드 버전이 또 다시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요요는 드라마 '토마토'의 주인공 김석훈·김희선처럼 연인이 함께 데이트하며 즐길 수 있는 장난감이다. 언젠가 연인들이 함께 요요를 하면서 거리를 거니는 모습을 볼 날이 오지 않을까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