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부터 레게의 본고장 자메이카 느낌이 진하다. 길게 꼬아 내린 레게 머리, 당장 내다버려도 이상할 것 없는 낡은 의상, 온몸에 그린 요란한 문신은 일반인이 흉내내기 조차 힘들다. 실제로 자메이카에 네 번 방문했고, 한 때 자메이카 국적을 취득하려고도 했다.
레게음악에 대한 열정과 패기는 그를 세계적인 레게 스타로 올려놨다. 하하가 방송에서 "머라이어 캐리가 인정한 실력"이라고 했던 건 웃자고 내뱉은 농담이 아니다. 2007년 미국 빌보드 차트 'R&B·힙합 싱글 세일즈' 부문에 3위까지 올랐다. 스컬의 목소리에 반한 머라이어 캐리의 친오빠 모건 캐리가 후원을 자청했을 정도다. 지난해 발표한 앨범 '한국 레게'에는 레게음악의 전설 밥 말리의 아들 로한 말리가 참여했다. 척박한 국내 레게 시장에서 자생해 거둔 눈부신 성과다.
그런 스컬의 꿈은 소박하다. '국가 대표 레게 가수'라고 말을 꺼내니 "한국에 레게 하는 가수가 다섯 명도 되지 않는데 무슨 소리냐"라며 손사래 친다. 그는 "올 여름엔 길거리에서 레게음악이 들렸으면 좋겠다. '나가수'라도 나가서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공백기가 길었다.
"가요계가 워낙 빨리 돌아가다 보니 오래 쉰 것처럼 보인다. 2007년 입대하고 지난해 '무한도전' 출연 전까지 공백기였다. 제대하고 새 앨범 작업으로 1년이 걸렸을 뿐 따로 쉰 적은 없다. 내겐 정상적인 패턴이다."
-싱글 타이틀곡은.
"'쓰레기'라는 곡이다. '난 쓰레기인데 너는 티 없는 천사라 헤어진다'는 내용을 담았다. 사실 최근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그 다음날 이 곡을 썼다. 당시 그 죽을 것 같은 감정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정규 앨범을 기대한 팬들이 많다.
"곡 작업은 많이 해뒀다. 지금이라도 내라면 낼 수 있다. 하지만 뮤지션이 공들여 작업한 앨범이 하루 만에 잊혀지는 것이 현실이다. 먼저 발표한 싱글이 히트를 해야 이후 발표한 정규 앨범도 힘을 받을 것이다. 올 여름엔 정규 앨범을 기대해달라."
-무한도전 가요제에서 꼴찌했다.
"녹화가 끝나고 하하가 다짜고짜 우리 집을 찾았다. 미안한 얼굴로 꼴찌라는 거다. 상상도 못한 성적이라 몰래 카메라 찍는 줄 알았다. 하하가 '거짓말이었음 좋겠지? 근데 진짜야'라고 못을 박았다. 어설프게 3~4등 하고 만족하는 것보다 시원한 꼴찌가 낫다고 생각했다. 다시 이를 악무는 계기가 됐다."
-하하의 보컬 실력을 평가한다면.
"보컬은 느낌이라고 생각한다. 감정의 전달이 중요한데, 하하는 그걸 한다. 농담처럼 하는 '새~'가 살리기 쉽지 않은 느낌이다. 지금은 저평가 받지만, 레게가 한국에 정착했을 때 하하 이름도 충분히 평가받을 것이다."
-비주류 음악을 계속하기 힘들지 않나.
"불만도 있었고 불평도 했다. '한국에서 레게는 안돼'라며 대중을 원망했다. 하지만 부질없다. 내가 더 노력해야한다. '어떻게 하면 더 알릴 수 있을까'라는 생각만 한다."
-어떻게 알릴 생각인가.
"열심히 활동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MBC '나는 가수다'도 기회가 닿는다면 나가고 싶다. 뜨고 싶다는 욕심은 버렸다. 레게가 문화와 장르로 자리 잡는데 일조하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영향력 있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김현식·김건모 선배의 곡을 레게풍으로 재편곡해 부르고 싶다."
-세계적인 레게 스타들과 친분이 두터운데.
"레게의 전설 밥 말리의 세 아들 스티브 말리·데미안 말리·로한 말리와 친하다. 처음엔 '날 무시할까' 걱정이 많았다. 근데 지구 반대편 나라의 동양인이 레게를 배우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통한 것 같다. 친해지더니 형제라고 부르더라."
-머라이어 캐리 이야기를 많이 하던데.
"미국에서 내 활동을 돌봐주는 사장이 머라이어 캐리의 친 오빠다. 캐리도 소개받아서 친분을 쌓았다. 다시 밑바닥부터 시작하는 입장에서 자꾸 캐리를 팔아먹는 것 같아서 미안하다."
-미국 활동 계획은.
"모건 캐리와 미국에서 준비 중인 프로젝트가 있다. 지구 환경과 사회 문제를 위한 운동이 될 것이다. 4개 대륙의 세계적인 스타들이 참여해 곡을 발표하는데 난 아시아 대표가 될 것 같다. 미국 진출과 관련해서 이젠 보여줄 때라고 생각한다. 4월이면 구체적인 계획이 나올 것이다."
-머리 관리가 어렵겠다.
"2004년에 처음 했는데, 관리가 어렵다. 특히 말리는 것이 어려운데, 바짝 말리지 않으면 냄새가 난다. 헤어 드라이기 3개가 붙을 정도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머리를 자주 감지 못한다. 일주일 동안 감지 않은 적도 있다. 레게 머리는 내 고집이다. 군 제대하고 머리가 짧았을 때 부모님이 '30살 넘어서 왜 또 머리를 볶느냐'고 다그쳤다. 난 '50살에도 레게 머리를 하겠다'며 버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