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스러운 제철가 더비, 최후의 승자는 포항이었다. 황선홍 포항 감독은 상주전 승리로 400승을 거둔 데 이어 힘겨운 전남전을 승리한 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포항과 전남은 포스코의 후원을 받는 형제 팀이다. 1973년 실업팀으로 출발한 포항은 프로축구 원년(1983)년부터 참여했고, 전남은 1994년 창단해 이듬해부터 K-리그에 참가했다. 두 팀은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조용한 경쟁을 벌여왔다. 메인스폰서인 포스코로부터 똑같은 액수의 운영비를 지급받기 때문이다. 축구전용구장을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했고, 유스 출신들을 중용하는 등 운영방식도 비슷하다. 두 팀의 상대전적도 20승19무20패로 팽팽했다.
이날 경기는 치열할 수 밖에 없엇다. 스틸야드 바로 앞에 있는 본사에서 창립 기념일 행사가 열렸기 때문이다. 창립기념일은 4월 1일이나 일요일인 관계로 행사가 앞당겨졌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을 비롯해 VIP들이 대거 경기장을 찾았다. 정해성 전남 감독은 "잔치인지 싸움인지 모르겠다"며 "굉장히 어려운 경기다. 선수들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감독은 "야간 경기를 안 해본 선수가 4명이나 있다. 고등학교 때 한 번 해 본 선수도 있다. 3일 전에 준비했는데 어쩔지 모르겠다"며 걱정했다. 황선홍 포항 감독도 전남전 비디오를 여러 차례 보며 철저하게 준비했다.
두 팀의 60번째 대결은 포항의 승리로 끝났다. 포항은 30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전남과 K-리그 5라운드 경기에서 1-0으로 이겼다. 두 팀은 치열한 접전을 벌였고, 조찬호가 전반 29분 왼발슛으로 결승골을 터트린 포항이 승점 3점을 챙겨 8위에서 5위로 뛰어올랐다.
황선홍 감독은 "전남은 미드필드와 공격진의 활동량이 아주 많은 팀이다. 부담스러운 경기였는데 다행히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내용이 썩 만족스럽지는 못했지만 목표한 것은 얻어냈다"고 소감을 털어놨다. 정해성 전남 감독은 "포항의 2연승을 축하한다"며 "선수들이 최선을 다했지만 마지막 결정력이 아쉬웠다. 이어지는 홈 5연전을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포항은 이날 외국인 선수 조지아 트리오(조란·지쿠·아사모아)를 모두 뺐다. 황 감독은 "전남이 기동력을 바탕으로 한 팀이라 미드필드 싸움이나 경합이 많이 벌어질 것을 대비했다"고 설명했다. 황 감독은 "3월의 결과가 흡족스럽지는 않다. 경기력이나 여러 가지 면에서 모자란 점이 있었다. 앞으로 3주간 6경기, 특히 호주(애들레이드) 원정까지 포함된 살인적인 일정이 조금 걱정스럽다"며 "외국인 선수들을 포함해 있는 자원을 모두 가용하는 등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