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할 때 에어컨을 사지 않았던 정모씨(35·여)는 요즘 오픈마켓과 소셜커머스 등 인터넷 쇼핑몰을 열심히 뒤지고 있다. 최근 쏟아지는 '반값 TV'처럼 파격적인 가격의 에어컨이 나오지 않을까 해서다. 정씨는 "TV도 저가로 나왔으니 에어컨도 나올 거라는 생각에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저가 에어컨 소식은 감감무소식이다. 이유가 뭘까?
◇반값 TV도 나오는데..
최근 이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와 옥션·11번가 등 인터넷 오픈마켓에서 20~50인치 등 다양한 크기에 3D 등 첨단 기능까지 탑재한 TV를 내놓고 있다. 가격도 47인치 최저 가격이 60만원대. 대기업의 브랜드 제품 가격이 100만원 이상인 점을 고려하면 엄청나게 싼 가격이다. 인기도 높아 출시되자마자 매진되고 있다.
이처럼 고가로 생각되던 TV의 가격 거품이 꺼지면서 대표적인 고가 가전 제품 중 하나인 에이컨도 100만원 이하로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높다. 주부 김모씨(34)는 "에어컨은 인터넷 쇼핑몰 가격이라고 해도 웬만한 제품이 100만~200만원대"라며 "요즘처럼 경기가 안좋을 때는 쉽게 구입을 결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제조사 적고 설치비 부담도
소비자의 기대는 크지만 저가 에어컨을 준비하는 유통업체는 없다. 최근 11번가에서 준비하고 있다고 알려졌지만 회사측은 공식적으로 부인했다. 11번가 관계자는 "저가 TV 반응이 뜨거워 저가 에어컨도 생각하고 있는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저가 에어컨이 나오기 어려운 이유는 TV 시장과는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TV 제조사는 대기업 뿐 아니라 중소업체들도 많다. 저가 TV가 뜨기 전부터 이미 제품을 생산, 국내외에 팔고 있어 유통업체가 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
반면 에어컨은 삼성전자·LG전자·위니아만도·캐리어 등 몇 곳이 되지 않는다. 업계 관계자는 "에어컨은 TV보다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중소업체가 뛰어들기 어렵다"며 "유통업체와 손잡고 다량을 공급할 수 있는 중소업체를 찾기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문제는 또 있다. 에어컨은 TV와 달리 설치비 부담이 있다. 에어컨은 배관에 가스완충, 앵글 설치 등 소비자가 직접하기 힘들어 전문 기사가 필요하고 이에 따른 비용이 추가된다. 설치 전문 업체들이 제시하는 가격은 최소 10만원대이지만 제품 크기나 설치 위치 등에 따라 20만~30만원대까지 올라가기도 한다.
11번가 관계자는 "에어컨은 출고가를 낮게 하고 설치비에서 마진을 채울 정도로 설치비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며 "제품을 싸게 팔아도 설치비가 비싸면 저가 에어컨의 매력이 사라진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전문 기사들이 대기업에 소속된 경우가 많아 이들을 확보하는 것도 어렵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