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옥빈(25)은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은근한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배우다. 2005년 '여고괴담4'로 데뷔한지 벌써 7년이긴 하지만 그보다는 먼저 그가 선택했던 작품 속 캐릭터가 하나같이 범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1724기방난동사건'(08)의 기생 설지, '박쥐'(09)의 흡혈녀 태주, 그리고 '고지전'(11)의 여성 저격수가 그랬다. 대체로 강렬하고 독특했다. 실생활에서도 김옥빈은 돌발 행동으로 관심을 모았다. 카 레이싱이나 오토바이 라이딩을 즐기는 모습, 연인과 공개 키스를 하는 장면 등이 시선을 끌었다. 자유분방한 사고를 가진 신세대 배우의 상징으로서 많은 팬들의 공감을 얻었다. 이번에 이범수·류승범과 협연한 영화 '시체가 돌아왔다'(씨네 2000 제작, 우선호 감독)에도 그의 이런 유별난 캐릭터가 녹아있다. 시체를 훔치려는 겁없는 여자 한동화 역이다. 그는 머리에 핑크색 염색을 하고 제법 진지한 감성으로 코미디를 연기했다.
-스크린과는 달리 카메라 뒤에선 좀 조용한 편이라고.
"그렇긴 한데 그건 내가 개인적으로 집중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고참 선배님들은 촬영 중에 농담을 하신다거나 여유가 있으신데 나는 여전히 숙제가 많다. 한 컷 찍으면 다음 컷을 생각해야 한다. 분위기도 많이 타는 편이다."
-이범수와 류승범에 대해 한마디.
"이범수 선배는 별명이 '범테일'이었다. 그만큼 디테일하고 빈틈이 없으시다. 특히 앞 컷의 마지막 부분과 그 다음 컷의 첫번째 부분을 이어가는 촬영에서는 그만큼 정확하게 하시는 분이 없다. 소품까지 직접 챙기실 정도다. 반면 류승범 선배는 반대다. 그냥 본능적으로 맞추는 스타일인 것 같다."
-핑크색 염색 머리는 누구의 아이디어였나.
"시나리오 상에는 '다크 동화' 캐릭터 그대로 온통 검은색 패션이었다. 당연히 머리 색깔도 짙은 흑발이었다. 그런데 촬영하던 때가 여름이었고 검은색 일색이 눈에 좀 피곤하다는 지적이 있어서 감독님과 상의 끝에 머리를 핑크로 염색하게 됐다."
-중·고교 시절 김옥빈은 어떤 아이였나.
"전남 순천에서 태어나 광양에서 고교시절을 보냈다. 어려서 계곡이나 강가를 찾아다니며 친구들과 어울렸다. 섬진강에서 직접 새우를 잡았던 기억도 있다."(웃음)
-말괄량이 소녀였던 느낌이다. 자신의 성격은.
"좀 욱하는 면이 있다. 그래서 친구들이 어려서 '욱빈'이라는 별명으로 불렀다."
-오케이밴드 활동을 한 것도 신선했다.
"처음엔 호기심에 시작했다. 그러나 실제로 해보니 어려운 점이 많았다. 상상했던 것과 달랐고 스트레스도 쌓였다. 좋은 멤버들이었지만 음악이 쉬운 게 아니라는 걸 실감했다."
-남자친구와의 키스 퍼포먼스는 정말 대단했는데…
"필(feel) 받으면 나도 모르게 돌발행동을 하게 된다. 그때도 의도하거나 한 것은 아니다."
-공개연애에 대한 부담 없나.
"없다. 오히려 편하다. 남의 시선 의식하지 않고 만날 수도 있고… 최근에는 '범죄와의 전쟁'을 함께 봤다. 남자친구가 부산 사람이어서 영화 중 명대사인 '살아있네'에 푹 빠져있다. 가끔 '살아있나'라고 문자를 보낸다."(웃음)
-자신은 자유분방한데 동생들한테는 엄격한 언니라고.
"세자매 중 장녀다. 동생들과 함께 서울 역삼동에 살고 있다. 둘째는 성인이지만 막내는 아직 고등학생이다. 성인이 되기 전까지는 통금시간 오후 11시를 지키라고 했다. 친구집에서 자고 온다고 할 때도 직접 찾아가 데리고 온다."
-차기작은.
"'시라노;연애조작단' 김현석 감독님의 'AM 11:00'에 캐스팅됐다. SF와 멜로, 스릴러가 결합된 장르다. 정재영 선배님과 같은 연구원 역할이다. 무척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