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에 갔다왔더니 퇴장이라더라."
8일 롯데와 한화의 경기가 열린 부산 사직구장. 경기 전 관심사는 전날 일어난 한대화(52) 한화 감독의 퇴장이었다. 한 감독은 7일 롯데와의 사직 개막전에서 8회말이 시작되기 전 문승훈 구심에게 퇴장 명령을 받았다. 경기 내내 심판 판정에 불만을 갖고 있던 한 감독이 문 구심을 향해 취한 제스처가 문제가 됐다. 8회초 공격이 끝난 뒤 한 감독은 더그아웃에서 손가락으로 자신의 머리를 가리키며 빙빙 돌렸고, 이를 본 문 구심이 자신에게 모욕적인 행위를 했다며 퇴장 명령을 내렸다. 공식적인 퇴장 사유는 불손행위였다.
그런데 문 구심이 퇴장 명령을 내린 순간에 마침 한 감독은 화장실에 가 있었다. 화장실을 다녀오니 코치들이 문 구심에게 강력하게 항의하고 있었다. 이유를 물어보니 돌아온 답은 "감독님, 퇴장당하셨습니다"였다. 한 감독은 "개막전이라 (판정에 불만이 있었도) 일부러 참고 있었다"면서 "8회초 끝나고 내 생각을 제스처로 취했을 뿐인데 화장실을 다녀오니 퇴장을 당했더라. 경기 내내 나를 쳐다보지 않더니 그때 딱 마주쳤나보다"라며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한 감독은 7일 경기 후 "심판 판정에 아쉬움이 남았다"고 했다. 1회초 2사 만루에서 이대수가 삼진 당한 볼 판정과 3회초 무사 만루에서 최진행의 타구를 롯데 중견수 전준우가 처리하는 과정에서 2루심의 심판콜이 없던 상황, 8회초 양성우가 루킹 삼진을 당한 바깥쪽 공에 대한 불만이었다. 한 감독은 "이해할 수 없는 판정이길래 내 생각을 제스처로 취했다. 나가서 항의한 것도 아니고 더그아웃 내 자리에서 한 건데 퇴장을 시키더라"며 한숨을 쉬었다. 개막전 퇴장은 2004년 KIA 외국인 투수 리오스에 이어 두 번째이고, 감독으로는 처음이다.
한 감독의 퇴장을 두고 양승호(52) 롯데 감독은 "감독석에 앉아 있어서 3루쪽이 보이지 않았다"면서 "퇴장당했다는 얘기를 듣고 놀랐다. 경기 끝나고서야 이유를 들었다"고 했다. 얘기를 전해들은 한 감독의 대답이 재미있었다. "나도 몰랐는데 지가 어떻게 알아?"
부산=유병민 기자 yuballs@joongang.co.kr
사진=임현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