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아이파크의 상황은 좋지 않다. 성남과 대전을 상대로 2연승을 거뒀지만 경기 내용이 좋지 못했다. 주전 수비수 4명은 시즌 전에 당한 부상으로 아직도 경기장에 나서지 못한다. 올 시즌을 앞두고 서울에서 데려 온 박용호(31)는 계약 조건 때문에 11일 서울 전에 나올 수 없다. 안익수 부산 감독은 "박용호의 대체 자원이 마땅치 않다"며 "방승환을 중앙 수비수로 놓거나 포백을 쓰는 방안은 놓고 고심 중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부산 선수단은 자신감이 넘친다. 2006년 이후 4승 5무로 압도한 홈경기 성적 때문만은 아니다. '지피지기 백전백태'. 서울을 잘 아는 선수들이 대거 포진해 적을 잘 알기 때문에 오는 자신감이다.
서울과 부산은 한국을 대표하는 도시다. 프로축구에서도 두 지역의 자존심 대결은 팽팽했다. 부산은 대우 로얄스 시절 4번이나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명문구단으로 발돋움했다. 서울 연고지팀은 1990년 럭키 금성이 우승한 이후 통산 6번 정상에 올랐다. 서울과 부산은 프로축구를 양분했던 도시다. 그러나 부산은 모기업 대우가 무너진 1999년을 기준으로 성적이 떨어졌다.
부산은 13년 동안 정상과 거리가 멀었다. 그러나 지난 시즌 '서울'을 가져와 부흥기를 맞았다. 부산은 서울에서 수석코치를 하던 안익수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안 감독은 서울에서 데리고 있던 제자인 김한윤(38)과 윤동민(24) 등을 데려와 정규리그 5위라는 성적을 거뒀다. 6년 만에 플레이오프에도 올랐다. 올 시즌을 앞두고는 방승환(29)과 박용호·여효진(29) 등을 서울에서 데려왔다. 대부분 서울에서 주전 경쟁에서 밀렸던 선수들이다.
김한윤은 2010시즌 우승컵을 들어올리고 서울에서 은퇴했다. 서울에선 뛸 자리가 없었다. "더 뛰고 싶었다"는 김한윤은 안익수 감독의 부름을 받고 부산에서 재기에 성공했다. 방승환과 윤동민도 데얀(31)과 정조국(28·낭시) 등 화려한 공격진에 밀려 기회를 잡지 못했다. 특히 윤동민은 서울에서 2군에만 머물렀다. 그러나 지난해 부산에 와 1군 공격수로 발돋움했다. 지난 7일 대전 전(1-0승)에서는 선발로 출전하기도 했다.
안 감독은 "서울 시절부터 눈여겨봤던 선수들을 데려왔다. 모두 성실한 선수들이라 부산의 팀 전력에 도움이 된다"며 "동민이는 기본기가 단단하고 성실해서 부산에서 더 많은 기회를 잡을 것이다"고 말했다. 윤동민도 "2군에서 함께 뛰던 친구들이 서울의 1군이 됐다. 나를 잘 알아 부담은 간다. 그러나 나도 서울 선수들을 잘 안다. 서울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줘 나를 믿어준 감독님께 보답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