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만한 아우는 없다?’ 김병지(42·경남)와 ‘제 2의 김병지’ 박준혁(25·대구)의 대결은 원조 김병지의 판정승으로 끝났다. 11일 대구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구FC와 경남FC의 경기는 3-2로 경남이 승리했다. 그러나 이긴 김병지에게도, 진 박준혁에게도 이날의 승부는 씁쓸했다.
◇ 제2의 김병지의 ‘청출어람’ 작은 키에 동물적인 반사신경. 김병지와 박준혁을 묶는 두 가지 특징이다. 키 184cm의 김병지는 올해 나이 마흔으로 리그 최고령 선수다. 그러나 타고난 민첩성 덕에 아직도 리그 최고의 골키퍼 중 하나로 꼽힌다.
한때 경남FC에서 김병지와 한솥밥을 먹었던 박준혁은 ‘선배’를 꼭 닮았다. 키 180cm, 리그의 주전 골키퍼 중 가장 작지만, 탄력이 좋아 공중볼도 거뜬히 걷어낸다. 지난해 박준혁을 주전으로 키워낸 이영진 전 대구 감독이 ‘제 2의 김병지’로 지목한 것도 이 때문이다. 유효슈팅 10개를 막아낸 지난달 울산전에서 자신의 진가를 제대로 드러냈다.
11일 맞대결은 경남 시절 김병지에 밀려 한 경기에도 출전하지 못했던 박준혁이 ‘청출어람’을 증명할 수 있는 기회였다.
◇ 어이없는 펠레 스코어, 아쉬운 승부 박준혁은 이날 ‘선배’ 김병지 앞에서 여러 차례 선방을 보였다. 개막전 이후 승리가 없는 경남이 초반부터 총공세로 나오며 박준혁은 전반 내내 쉴 틈이 없었다. 전반 35분 조르단에 득점을 허용하긴 했지만, 43분 다시 한번 날아온 조르단의 날카로운 슈팅은 박준혁의 선방에 막혔다. 조르단은 멀티골의 기회를 날렸다. 김병지 역시 후반 대구의 반격을 잘 차단했다. 특히 후반 43분 마테우스(대구)의 골과 다름 없는 슈팅을 막아내며 “역시 김병지”라는 찬사를 자아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선방은 어이없는 펠레 스코어로 빛이 바랬다. 양팀은 각각 패널티킥 하나씩을 주고받았고, 대구는 자책골까지 넣었다. 1-1로 마무리될 수 있었던 경기가 3-2까지 진행된 된 셈이다. 전반 종료 직전 자책골이 들어갔을 때 박준혁은 속상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후반 종료 직전 패널티킥 골을 허용한 김병지 역시 아쉬운 탄식을 쏟아냈다.
이날 두 선수의 선방율은 각각 60%. 형만한 아우가 없는지, 아니면 청출어람인지. 아직 승부는 끝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