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농구가 대표팀 감독 선임 후폭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여기저기서 삐걱대는데, 모두가 서로의 눈치만 보고 있다.
대한농구협회는 19일 새 여자농구대표팀 사령탑으로 이호근(47) 삼성생명 감독을 선임했다. 2009년 이후 줄곧 대표팀을 이끌어 온 임달식(48) 신한은행 감독을 특별한 이유 없이 내쳤다. 임 감독은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과 지난해 아시아농구선수권에서 연속으로 준우승을 이끌었다. 아시아 최강 중국을 상대로 두 대회 모두 접전을 펼쳤다. 신한은행을 이끌며 국내 프로스포츠 사상 최초로 통합 6연패를 달성해 지도력도 인정 받았다. 하지만 농구협회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애매모호한 이유를 들어 감독을 교체시켰다.
임달식 감독은 섭섭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농구협회는 아무도 대표팀 감독직을 맡지 않으려 할 때 '우승팀 사령탑이 총대를 메야 한다'며 내게 떠넘기듯 지휘봉을 맡겼다. 하지만 지금은 '올림픽 본선 출전'이라는 결실이 눈 앞에 다가오자 갑자기 나를 끌어내렸다. 일언반구 설명조차 없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농구계에는 '기획 사정설'이 퍼지고 있다. 임달식 감독에 반감을 갖고 있던 농구협회 고위 관계자가 사령탑 교체를 밀어붙였다는 소문이다. 농구협회 기술이사이자 중고농구연맹 부회장이기도 한 A씨가 당사자로 지목받고 있다. 농구계의 한 관계자는 "A씨는 3년 전 농구협회 임원들을 통해 자신을 여자대표팀 코치로 선임해줄 것을 임 감독에게 요구했다가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임 감독과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워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A씨는 "임 감독이 지난해 아시아농구선수권에서 올림픽 본선 출전권을 따내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을 물은 것 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어른들의 싸움'은 당장 대표팀 분위기와 경기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사령탑이 교체되면 라인업 구성이나 선수 개개인의 역할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3년간 유지되던 흐름이 갑자기 바뀔 경우 팀워크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여자대표팀이 런던 올림픽 본선 무대를 밟으려면 6월 터키에서 열리는 최종예선에서 12팀 중 5위 이내에 들어야 한다. 하지만 선수단을 구성하기도 전에 벌써부터 파열음이 들린다. 농구연맹의 진심어린 해명과 후속조치, 그리고 여자프로농구연맹의 적극적인 중재 노력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