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에는 전통적인 영화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몇몇 수작들이 눈에 띄었다. 미스터리 스릴러 '화차', 흥행과 작품성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범죄와의 전쟁', 그리고 사법권에 질문을 던진 '부러진 화살' 등이 사회적 이슈였다.
남녀 최우수연기상은 3차 심사까지 혼전이 거듭됐다. 안성기·최민식·공유 등이 박빙이었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안성기의 노련미가 빛났다. '댄싱퀸'의 엄정화와 '화차'의 김민희, '통증'의 정려원도 우열을 가리기 어려웠다. 하지만 결국 자기옷을 입은 듯한 엄정화의 땀방울 연기에 더 높은 점수가 주어졌다.
신인상에서는 '범죄와의 전쟁' 김성균의 등장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건축학개론'의 수지도 스크린 데뷔를 성공적으로 치렀다.
영예의 대상 역시 3차례의 숙의를 거쳐 '범죄와의 전쟁'으로 뜻을 모았다. 한 평범한 인간이 격동의 시기를 헤쳐가는 모습에서 배우와 감독의 호흡이 아주 좋았다.
이경순 심사위원장·대중문화 평론가 올해 TV 부문은 후보작 선정서부터 열띤 토론이 펼쳐졌다. 뛰어난 연기를 펼친 연기자들도 넘쳐 예년보다 심사 시간이 길어졌다.
특히 드라마 부문은 작품상 후보 5편 중 3편이 사극이었을 정도로 사극이 대세였던 한 해였다. 예능부문 역시 우리 눈과 귀를 즐겁게 했던 우수작들이 많아 수상작을 고르면서 또한번 행복했다.
대상의 경우,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와 '개그콘서트'를 놓고 표가 갈렸다. 그러나 10년 넘도록 '국민 예능프로'로 사랑받고 있는 '개그콘서트'도 의미가 있지만 지난해 독특한 구성와 영상미로 전국적 폐인을 양산했던 '뿌리깊은 나무'로 대상의 중지가 모아졌다.
남자 최우수 연기상 부문의 경합도 치열했다. '관록의 한석규' VS '패기의 김수현'. 결국 어리지만 녹록지 않은 감정의 선을 치밀하게 연기해낸 김수현에게 최우수 연기상의 영예가 갔다.
여자 최우수 연기상도 '최고의 사랑' 공효진과 '천일의 사랑' 수애가 3차 투표까지 가는 대접전 끝에 공효진에게 돌아갔다. 교양 작품상을 받은 '문명과 수학'은 추상적인 소재를 이해가 쉽게 시각화하는 데 성공해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