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열(49) KIA 감독이 칼자루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당장이라도 개혁의 칼을 빼들고 싶지만 참고 있다.
선 감독은 26일 광주 한화전에 앞서 "충분히 기회를 줬는데도 기대에 미치지 못한 선수들이 많다. 조만간 투수 보직을 처음부터 다시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개막 후 3주간 쌓인 감정을 취재진에게 드러낸 것이다.
지난 24일 한화전이 선 감독 인내심의 임계점이었다. 이날 KIA는 에이스 윤석민을 내고도 8-16으로 졌다. 6회 이후 불펜투수를 8명이나 투입했지만 4이닝 동안 무려 11안타 3볼넷 2사구 1폭투로 11점이나 허용했다. 팀 평균자책점이 5.60으로 최하위까지 떨어졌다.
선 감독은 이튿날 박경태·임준혁을 2군으로 보내고 한승혁·홍성민 등 신예를 1군으로 올렸다. 선 감독은 스프링캠프부터 박경태를 스윙맨, 임준혁은 셋업맨으로 기대했지만 모두 실망스러운 피칭을 했다. 특히 투지가 사라진 모습이 선 감독의 마음에 들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다카하시 투수코치를 2군으로 내리고 불펜코치를 맡고 있었던 이강철 코치를 1군 메인 투수코치로 보직 변경했다. 선 감독이 직접 데려온 일본인 코치를 개막 후 12경기 만에 내려보낸 건 그야말로 특단의 조치다. 읍참마속의 심정이었다.
문제는 선수들에겐 개혁의 칼을 휘두를 수 없다는 것이다. 선 감독은 "일단 부상 선수들이 돌아와야 한다. 그들이 와야 구위와 적성을 고려해 보직을 정할 것 아닌가. 앞으로 3주 정도는 기다려야 할 것"이라며 입맛을 다셨다.
부상 선수 가운데에선 외국인 왼손 라미레즈(왼 어깨 부상)가 가장 빨리 1군으로 돌아올 전망이다. 28일 퓨처스(2군)리그 등판 결과가 좋으면 다음 주 올라올 수 있다. 좌완 양현종(왼 어깨)는 5월 초, 마무리 한기주(오른 어깨)는 5월 중순쯤 복귀할 수 있다는 것이 선 감독의 설명이다. 처음에 구상했던 투수 엔트리가 채워지면 보직이 대폭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선 감독은 "전임 조범현 감독님 때부터 많은 기회를 얻었던 선수들이 아직도 달라지지 않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당장 마운드를 개편하고 싶지만 지금은 바꿀 투수들이 없기 때문에 속만 타들어간다. 그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선 감독은 "요즘 내가 웃어도 웃는 게 아니다"라며 헛웃음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