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선 한국 감독들이, 미국에선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들이 전세계팬을 향한 위대한 도전에 나선다.
오는 5월 16일 개막하는 칸국제영화에서는 두명의 '상수' 감독이 본무대인 경쟁부문에서 황금종려상을 놓고 경쟁한다.
홍상수 감독은 '다른 나라에서'로 8번째 초청장을 받았고, 임상수 감독은 '돈의 맛'으로 세번째로 칸 무대를 밟게 됐다.
'다른 나라에서'는 프랑스 국민여배우 이자벨 위페르가 주연을 맡아 칸 심사위원들에게 훨씬 친근하게 다가갈 것으로 보인다. '돈의 맛'은 재벌들의 돈에 대한 탐욕과 욕망을 그린 것으로, 티에리 프레모 칸 집행위원장으로부터 벌써 "올해 가장 훌륭한 미장센"이라는 격찬을 받아 수상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작품성을 인정받은 명감독들이 프랑스 칸에서 저력을 선보인 후에는 이병헌·배두나 등 톱배우들이 미국 할리우드 메이저 시장에서 거대한 도전을 위한 시험무대에 오른다.
이병헌은 오는 6월 29일 개봉하는 미국 파라마운트의 액션 대작 '지아이조2'로 두번째 할리우드 공략에 들어간다.
2009년 '지아이조'로 할리우드 메이저 시장의 흥행을 맛본 뒤 3년만이다. 이번엔 이전보다 역할 비중이 크게 늘었다. 한국·일본 등 아시아판 포스터에는 브루스 윌리스·드웨인 존슨 등 톱스타들을 제치고 맨앞에 섰다. 미국 개봉판에서도 주연배우 자막 이름이 등장하는 순서가 제일 먼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병헌은 "6월 23일 LA에서 열리는 할리우드 차이니스 극장 앞 핸드프린팅 행사에 이어 24일에는 곧바로 댈러스로 넘어가 월드 프리미어에 참석해야 할 것 같다"며 "1편 때와는 대접이 사뭇 달라졌다는 걸 느끼며 새삼 마음을 다지고 있다"고 말했다.
배두나는 미국 워너 브러더스가 오는 11월쯤 와이드 개봉하는 SF 판타지 '클라우드 아틀라스'의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이 작품은 '매트릭스' 시리즈의 워쇼스키 형제 감독이 제작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톰 행크스·수전 서랜든·휴고 위빙·할리 베리·휴 그랜트 등 내로라하는 톱배우들이 총출동한다. 배두나는 이들과 함께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손미-451이라는 복제인간 역을 맡아 한몫 단단히했다.
배두나는 "내가 한국으로 돌아가 '코리아'라는 탁구영화를 찍는다고 하니까 수전 서랜든과 톰 행크스가 큰 관심을 보였다"며 "1000억원이 넘는 할리우드 제작 시스템에 동참하면서 많은 걸 배웠다"고 밝혔다.
국내외 활동을 겸하고 있는 다니엘 헤니도 할리우드 메이저 영화 '라스트 스탠드'에 출연한다. 2009년 '엑스맨 탄생: 울버린'으로 할리우드에 첫발을 뗐으나 사실상 이번이 첫번째 도전이나 다름없다. 재판 도중 탈출한 멕시코 마약왕을 추격하는 미국 연방보안관의 이야기에서 그는 동양인 갱 역을 맡았다. '놈놈놈'의 김지운 감독이 처음으로 할리우드 메가폰을 잡았다.
권상우도 청룽(성룡)이 감독·각본·주연한 '12 차이니즈 조디악 헤즈'(용형호제3)로 올 연말쯤 해외시장을 노크한다. 정통 할리우드 작품은 아니지만 1000억원이 넘는 제작비와 출연배우들의 면면이 할리우드 메이저 못지않다.
영화 관계자는 "이전에도 배우들의 해외시장 진출이 있었으나 메이저가 아닌 마이너급이었다"면서 "올해야말로 한국배우와 감독들의 해외진출 원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인구 기자 clar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