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민(27·삼성)이 운을 뗀다. '5번 타자가 좋은 이유'를 설명하기 위한 것. 박석민은 올 시즌 단 한 차례 2·3루 기회를 맞았고, 2타점 적시타를 쳐냈다. 그가 5번타자로 나섰을 때 맞이한 득점 기회였다. 박석민은 "저는 5번 체질입니다"라고 했다.
박한이의 복귀로 박석민도 '제자리'를 찾아갔다. 류중일(49) 삼성 감독은 1일 대구구장에서 "이제 '우리 개그맨' 석민이가 5번타자로 간다"고 호탕하게 웃은 뒤 "지금 3번 (이)승엽이가 잘 치고 있지 않나. 5번 석민이도 타격감이 좋다. 상대투수들이 4번 (최)형우와 승부를 하지 않겠나. 그러면 형우도 타격감을 찾을 것이다. 이 타선이 가장 이상적이다"라고 설명했다.
류 감독은 '우리 개그맨' 박석민 덕에 자주 웃었다. 박석민은 1일까지 타율 0.344·5홈런·15타점을 기록 중이다. 4월 초 박석민을 중심타선에 배치했던 류 감독은 팀 타선이 침체기로 접어들었던 4월20일(청주 한화전)부터 그를 '2번타자'로 기용했다. 박석민 스스로 해결하면서도 3번타자 이승엽에게 기회를 제공해주기 위한 작전. 박석민은 2번타자로 나서 23타수 8안타(타율 0.348) 4홈런 8타점을 기록했다. 류 감독의 기대감을 100% 충족시켰다.
박한이(33)의 복귀로 박석민은 5번타자로 돌아간다. 5번타순에서 성적은 38타수13안타(타율 0.342) 1홈런 7타점. 2번으로 나섰을 때보다 타점이 1개 적다. 그러나 박석민은 "시즌을 치르다 보면 결국 5번 자리에 타점 기회가 많이 온다. 나는 5번타자가 좋다"고 했다. 그는 "승엽이 형은 현재 대단한 성적을 올리고 있다. 형우 형도 곧 올라오지 않겠나. 나에게 주자 2·3루 기회가 자주 올 것"이라고 희망섞인 전망도 내놨다.
'아프지 않은 손가락'도 박석민에게 자신감을 안겼다. 박석민은 최근 트위터를 통해 자신의 왼손 사진을 공개하며 '손가락은 현재 통증이 전혀 없습니다. 걱정해 주신 많은 분들, 감사드립니다'라고 썼다. 일본 오키나와 캠프까지만 해도 박석민은 왼 중지가 부어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붓기가 거의 가라앉았다. 박석민은 2010년 11월 왼 중지 수술을 받았다. 그는 지난 시즌 내내 손가락 통증을 앓으면서도 128경기에 나서 타율 0.278·15홈런·86타점을 기록했다. 그는 "작년까지만 해도 왼손을 바라보면 한숨이 나왔는데 지금은 걱정 없이 타격 훈련을 하고 경기를 치른다. 배트를 '착 감는 느낌'이 좋다"고 했다.
박석민은 오키나와에서 류 감독과 '100타점'을 경계로 한 내기를 했다. 95~100타점을 기록하면 무승부. 그 밑이면 박석민은 류 감독에게 거액을 지불해야 한다. 반대로 100타점을 넘어선다면 류 감독이 거액을 선물한다. 박석민은 1일 "목표는 무조건 100타점"이라고 했다. 그는 목표를 향해 순항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