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중일(49) 삼성 감독은 요즘 라인업을 짤 때 '최형우'를 먼저 떠올린다. 류 감독은 2일 대구 두산전을 앞두고 "(외야수) 배영섭이 최근 타격감이 떨어졌고, 채태인이 경기에 출장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조영훈을 지명타자로 쓰려고 했다. 그런데 형우에게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겠더라. 더그아웃에서 여유 있게 경기를 지켜보라는 뜻에서 형우를 지명타자로 썼다"고 밝혔다.
주로 좌익수로 나섰던 최형우는 지난 12~13일 광주 KIA전에 이어 이날 올 시즌 세 번째로 4번 지명타자로 나섰다. 류 감독은 "1992년에 김성근 감독님이 삼성 사령탑으로 계실 때 나를 가끔 지명타자로 쓰셨다. 공격만 하니까 확실히 편하더라"고 떠올린 뒤 "지난해 홈런왕(30개)에게 세밀한 조언이 필요하겠나. 믿고, 기다리면 된다. 최형우는 삼성의 4번타자다"라고 변함 없는 신뢰를 드러냈다.
김성래(51) 삼성 수석코치도 최형우 기 살리기에 동참했다. 김 코치는 "형우가 시즌 초반에 잘 안 맞다보니 마음이 급해졌다. 스스로 화가 많이 나 있을 것이다"고 진단한 뒤 "오늘(2일)은 정말 큰 것 하나 칠 것 같다. 형우가 점점 좋아지고 있다"고 했다.
최형우는 4월 타율 0.167로 부진했다. 홈런은 단 한 개도 없었다. 삼성이 4월 성적 7승10패로 밀리면서 최형우의 부진이 '이슈'가 됐다. 악몽의 4월. 최형우는 코칭스태프의 의도를 잘 알고 있다. 그는 "지난해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자신감이 넘쳤다. 지난 4월은 반성의 시기였다. 이젠 팀을 위해 뭔가를 해야할 때다"라고 했다.
배려와 신뢰, 그리고 반성. 5월의 최형우는 어떻게 바뀔까. 5월 첫 경기에서 긍정적인 신호가 울렸다. 최형우는 2일 경기 2회말 첫 타석에서 두산 선발 니퍼트의 공을 밀어쳐 좌전안타를 쳐냈다. 4회와 8회에는 볼넷. 6회에는 뜬공으로 아웃되긴 했지만 좌익수 쪽으로 큰 타구를 보냈다. 최형우는 "타격시 오른 어깨가 일찍 열린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오른 어깨가 일찍 열리면 바깥쪽 공 대처가 어렵다. 최형우는 스프링캠프 내내 '오른 어깨 잡기'에 주력하며 '밀어치기'를 연마했다. 5월 첫 경기에서 그 기억을 떠올렸다. 이날 2타수 1안타를 기록하며 시즌 타율은 0.176으로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