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일반
[섹시토크] 교복 한 번 입어 보지?
오래 전부터 간직해두었던 교복을 꺼냈다가 그가 발견하고는 한 번 입어 보라고 했다. 쑥스러웠지만 몸매가 그리 불지 않았는지 서른이 넘은 나이에도 꼭 맞아 기분이 좋아졌던 참이었다. 한참을 재미있게 웃고 즐겼는데, 그가 갑자기 이대로 사랑을 나누자고 했다. 남자들이 교복입은 여학생들을 보면 성욕을 느낀다고들 하길래 설마 했는데 실제로 듣고 나니 당황 그 자체였다. 변태에 범죄자가 될 가능성이 다분한 남자라고 나무랐지만, 그래도 내 앞이니 그가 속내를 드러낸 거라고 생각했다.
독특한 의상으로 색다른 이벤트를 즐기는 커플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그 노력이 가상하고 용기 또한 부럽기 그지 없다. 금지된 것들은 욕망을 더욱 부추기게 마련이다. 유니폼이야 말로 바로 금지와 절제를 상징하지 않는가. 몇 해 전 성매매법 개정 혼란이 있으면서 일명 '유니폼 섹스' 붐이 음지에서 기형적으로 성행한다는 말을 들었다. 패티시 클럽을 말한다. 이곳에 가면 직접적인 성관계는 하지 않고, 원하는 유니폼을 입고 성욕을 풀곤 한다는데, 욕망을 억제시키면 시킬수록 또 다른 폐혜를 낳는 법이라며 나무라는(?) 남성들을 이해해야 할지 혼란스럽다. 하지만 성욕이란 본디 본능적인 측면이라 단지 유니폼을 입으면 섹스가 특별해진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자면 어느 정도 설득력은 있다.
그건 낯선 상대에 대한 신선함이다. 한 사람과의 약속된 관계는 언젠가는 기약없는 권태기를 예고한다. 테크닉을 연구하고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끔은 낯선 상대역을 해주는 것이 부부관계에 큰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 연기를 시작한다. 교복을 입고 있다면 저항하면서도 거부하지 못하는 순결한 여성의 역할을 혹은 도발적인 여인이 되기도 한다. 상상도 하지 못했던 행동들이 옷차림 하나만으로도 용기를 불러일으킨다니 과연 옷은 사람의 몸가짐이나 성격조차도 바꾸어 놓는 힘이 있다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니다.
원래 제복에 대한 환상은 남성못지 않게 여성에게도 강렬하다. 미안하지만 육군을 제외한 해군이나 공군 제복, 육군사관학교, 경찰생도 제복은 100% 여성들이 좋아하는 유니폼들이다. 외모에 관계없이 그저 뒷모습만 봐도 흥분된다는 여성들이 있는가 하면 그 제복 때문에 결혼까지 하게 되었다는 여성들도 적지 않다.
무엇을 걸치고 있느냐를 따지는 것이 섹스에서 무슨 의미가 있을까 생각했던 적이 있다. 편리를 위해 깨끗한 잠옷차림이나 입고 벗기 편한 일상복이 좋겠다는 착각도 했지만, 결국 섹스의 본질은 시작과 그 이전으로부터의 긴장감으로 결정된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한다. 아내의 교복을 공개했던 모 연애인의 당당했던 모습을 떠오른다.
성인 부부의 당당한 성적 취향을 어필했고, 이를 두고 누구라도 쉽사리 평가하거나 비판할 권리가 없음을 새삼 알게 했다. 혹시 권태기로 힘들어한다면 이런저런 모험을 할 바에야 별다른 옷차림 하나로 관계회복을 시도해봄은 어떨까?
최수진은?
불문학 전공, 전직 방송작가, '야한 요리 맛있는 수다' 의 저자. 성 컬럼니스트.